댄스 크루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메가크루 미션 당시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외친 말이다. 다른 크루들이 댄서가 아닌 연예인을 전방에 배치하며 이슈몰이를 노리자 속상한 마음에 분통을 터뜨린 모니카. 댄서의, 댄서들에 의한, 댄서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맏언니의 아우성은 점점 산으로 가는 미션으로 인해 희미해져버렸다. 자신들의 무대를 찾아 나온 댄서들을 다시 백업으로 전락시키는 가수 안무 미션이라니. 도대체 어떤 제작진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까.
해당 미션은 5일 방송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 6회 말미 공개됐다. 메가크루 미션에서 최종 7위로 최하위를 기록한 라치카는 ‘1위’ 홀리뱅이 지목한 원트와 탈락 배틀을 벌였다. 7라운드까지 가는 치열한 배틀 끝에 4:3으로 원트가 탈락했다. 이로써 홀리뱅, 훅, 프라우드먼, YGX, 코카N버터 그리고 라치카가 세미 파이널에 최종 진출했다.
세미 파이널을 앞두고 안내된 베네핏 미션 중 하나는 제시의 신곡 ‘Cold Blooded’ 안무 창작 미션. 제시가 직접 현장을 찾아 신곡을 최초로 공개했다. 제작진은 ‘안무 창작 미션'을 통해 싸이와 제시의 선택을 받은 크루, 글로벌 대중 투표 ‘좋아요’ 1위 크루에게 각각 가산점이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댄서들을 조명하겠다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가수를 위한 안무를 창작하라니. 각 크루의 색깔을 강조하기보다 주인공인 가수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승산이 있기에 프로그램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미션이었다. 실제로 방송 이후 공개된 크루들의 영상 대부분이 제시 역할의 댄서를 센터에 놓고 나머지 댄서를 백업으로 두는 동선과 안무로 구성됐다. 댄서가 아니라 제시를 위한 안무니 그럴 수밖에.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우리나라를 알리는 퍼포먼스가 미션으로 주어졌다면 어땠을까. 국악에 어우러지면서도 각 크루의 스타일을 녹여내는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나왔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메가히트곡을 새로운 퍼포먼스로 재창조하는 미션도 흥미롭지 않았을까.
이날 제작진의 황당한 미션이 공개되기 불과 10분 전, 원트의 엠마는 탈락 소감을 밝히며 “내 무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다른 (가수) 백업 활동하면 아티스트분들을 빛내주러 가지만 어쨌든 내 것이 아니지 않나.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다. 내 것을 너무 하고 싶었다. 여기에서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 무대를) 하고 싶으니 불러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같은 마음이 어디 엠마뿐이랴.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댄서들에게 더 이상의 ‘재 뿌리기’ 미션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