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사생활 논란 후 첫 영화 “사람이 중요…더 이상 폐 끼치고 싶지 않아”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06-12 10: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배우 김선호가 영화 ‘귀공자’를 통해 대중 곁으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김선호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귀공자’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김선호가 지난 2021년 10월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후 취재진과 가까이서 처음 만나는 자리. 그간 연극 ‘연극열전9-터칭 더 보이드’ 프레스콜, 시상식, 영화 ‘귀공자’ 관련 일정에 참석한 적 있지만 취재진과 가까이서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0명 이상의 취재진이 김선호의 인터뷰를 신청해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체감케 했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코피노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로 영화 ‘신세계’와 ‘낙원의 밤’ ‘마녀’ 시리즈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김선호는 마르코 앞에 나타나 그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를 연기했다.

‘귀공자’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김선호는 “앞서 연극으로 복귀했지만 영화는 체감상 느낌이 많이 다르다. 지금도 신기하다”면서 “언론시사회도 처음이었다. 사실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나도 1년 만에 보는 거라 신기하고 어색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화를 보는데 내 단점만 보이더라. 내 얼굴과 연기가 크게 보이는데 여러 번 내 연기에 소리 지를 뻔 했다. 김강우 선배가 어깨를 두드려주시며 ‘처음엔 다 그런다’고 하더라. 보다보니 익숙해지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호는 “캐스팅은 드라마(갯마을 차차차) 전에 제안이 왔다. 대본 보기 전에 감독님 팬이라고 말씀드리고 같이 하고 싶다고 하고 받았다”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선호라면 같이 하고 싶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안해주셔서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귀공자’(구 제목 ‘슬픈 열대’) 촬영 직전, 헤어진 연인의 폭로로 사생활 논란이 제기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던 김선호. 다른 작품에서는 줄줄이 하차했지만 ‘귀공자’에서는 박훈정 감독의 지지 아래 연기를 끝까지 마쳤다. 이와 관련해 박 감독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선호 외에 대안이 없었다”며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선호는 “감독님의 당시 심정은 내가 알 길이 없고 송구스럽고 감사한 만감이 교차했다. 영화 제작사 대표님과 감독님이 회의하시고 ‘너만 괜찮으면 우리는 끝까지 할 생각이 있어’라고 해주셨다. 감독님의 그 마음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셨다”며 “이미 영화가 좀 미뤄진 상황이었다. 내가 안 한다고 하면 더 미뤄지거나 손해가 클 상황이었다.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떨려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이 있는데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어떤 감정이었다기 보다는 감사하고 무조건 해야겠다. 더 이상의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서 “박훈정 감독님은 나에게 엄청나게 좋은 연출자이자 좋은 형이고 연기 외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이기도 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귀공자’의 촬영 당시 가제는 ‘슬픈 열대’였다. 극 중 김선호가 연기한 캐릭터가 영화 제목이 되면서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주연의 부담감을 더욱 크게 안게 됐다. 김선호는 “걱정이 컸다. ‘귀공자’의 귀공자 역할이면 완전히 원톱 주인공으로 오해할 수 있지 않나. 떨리고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고 좋다기보다 고마운 마음이 컸다”면서도 “사실 무섭다. 부족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지금은 ‘귀공자’로 불러주시니 신기하다. 첫 영화라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귀공자’ 속 김선호는 ‘맑은 눈의 광인’ 그 자체. 박 감독의 요구대로 웃으며 사람을 죽이고, 웃으며 욕하는 ‘깔끔하게 미친 놈’을 선보였다. 김선호는 “감독님이 ‘욕하는 게 어색하다’고 평소 말투가 너무 호의적이라고 하시더라. 참고 영상도 좀 더 보면서 연습하라고, 참는 연기 필요 없고 더 분노하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짤을 봤다가 감독님 추천으로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를 다시 다운받아 봤다”고 설명했다.

찰진 욕설 연기를 고민하는 김선호에게 박 감독은 ‘신세계’를 추천했다고. 김선호는 “친구들과 있을 때 욕을 따라하기도 하고, 웃기려고 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인생의 모토가 ‘누구한테 거슬리게 하지 말자’다.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해서 욕을 잘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 뭐 보냐고 여쭸더니 ‘내 영화 ‘신세계’만 봐도 많은 선배들의 레퍼런스가 있는데‘라고 하시더라. ’신세계‘를 보니까 욕은 꼭 소리지르지 않아도 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면서 웃었다.

프로 중의 프로 킬러 역할이기 때문에 동시에 강도 높은 액션까지 소화했다. 김선호는 “군인 때 장총을 다룬 경험이 있어서 장총이었으면 더 멋있는 것을 보여줬을 텐데 권총이라서 조교 때의 장기를 발휘하진 못한 것 같다. 군대에서도 쐈던 공포탄이더라. 어느정도 소리의 크기와 반동에 대한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빠르고 익숙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며 “카체이싱을 준비하면서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실 내가 운전을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감독님 설명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은 나도 나지만 마르코를 연기한 강태주 배우가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그 앞에서 내가 힘들다는 소리를 못했다. 강태주가 아르기닌을 쥐어주면서 ‘형 이거 먹으면 버틸 수 있어요. 이거 먹으면 1시간 더 뛸 수 있어요’라더라. 플라시보 효과인지 진짜 효과가 있더라”고 덧붙였다.


김선호는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폭군’도 함께한다. 차승원, 김강우 등과 함께 캐스팅됐다. 김선호는 “박 감독님과 소통하기 위해,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 ‘귀공자’ 중후반부에는 감독님이 원하는 디렉팅을 빠르게 알아들었던 편이었고 감독님이 좋아해주셨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믿음이 생기신 것 같다”며 “(‘폭군’에도 캐스팅한 이유로) 감독님이 농담으로 김강우 선배는 워낙 연기를 잘해서고 나는 친해서라고 해주셨는데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귀공자’는 21일 극장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스튜디오앤뉴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