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의 재판이 시작됐다.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1부(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부장판사)에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아인의 첫 공판이 열렸다.
유아인은 첫 공판에 앞서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다.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을 성실히 공하면서 할 수 있는 설명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특히 나로 인해 크게 실망하고 많은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181차례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재판에 앞서 경찰과 검찰은 한 차례씩 유아인 구속을 시도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애초 첫 재판은 지난달 14일이었지만, 변호인 변경에 따른 기일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날로 연기됐다.
유아인 재판 핵심 쟁점은 마약 상습 투약 여부다.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약칭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다수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온 만큼, 투약 사실은 확인됐다. 투약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상습적으로 투약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프로포폴과 수면제 등이 단기간 내 투약, 복용한 양인지다.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유아인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광고 촬영도 진행했다.
이 기간을 제외하면 개인 시간 대부분은 약에 취해 누워 있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처방이 이루어졌는지다. 유아인에게 처방하고 투약은 다른 이가 했을지 모를 일이다. 유아인이 여러 시술 등으로 프로포폴을 자주 투약한다는 점을 악용할 수도 있다. 앞서 프로포폴 여러 차례 ‘셀프 투약’한 의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의사는 유아인에게도 프로포폴 처방을 내렸던 의료인이다.
또 어떤 경로 마약류를 접했는지도 관건이다. 검출된 마약류가 다수인 것을 고려할 때 국내 투약으로 밝혀진다면 상습 투약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유통책을 알아보고 접선해 마약을 구했다는 추정에 이르기에 이는 상습 투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반대 해외에서 마약류를 접했다면 그 시점과 투약 배경에 따라 죄의 무게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제 시작된 유아인 재판. 역대급 마약 스캔들로 꼽히는 유아인 사건은 관련 어떤 결론에 이를까.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유아인 때문에 밀봉된 작품들의 공개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