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영화 소개프로그램 MBC ‘출발! 비디오여행’에서 활약한 김경식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 전문 유튜브 채널
‘경식씨네(Cine)’를 오픈한 뒤 단숨에 인기 유튜버로 주목 받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2년간 2200편 소개한 ‘영화 낚시꾼’ 김경식
‘출발! 비디오여행’ 코너 23년째 진행
나만의 채널 도전 ‘경식씨네’ 열었죠
팔 걷고 도와준 ‘출비‘ 식구들 감사
리뷰 넘어 다양한 영화 수다 꿈꿔요
“여기, 영화에 푹 빠진 한 남자가 있습니다.”‘출발! 비디오여행’ 코너 23년째 진행
나만의 채널 도전 ‘경식씨네’ 열었죠
팔 걷고 도와준 ‘출비‘ 식구들 감사
리뷰 넘어 다양한 영화 수다 꿈꿔요
매주 일요일 오후의 문을 활짝 여는 반가운 목소리. 평범한 장면도 스펙터클하고 스릴 있게 설명해 주는 탓에 재미없는 영화들까지 ‘기대작’으로 둔갑(?)시켜버리는 희대의 ‘영화 낚시꾼’. 개그맨 김경식(54)의 이야기다.
그는 2002년 5월부터 MBC ‘출발! 비디오여행’(출비)의 ‘영화 대 영화’ 코너를 23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하나의 연결고리로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소개하는 포맷으로 2200편 넘는 작품을 다루는 사이에 지상파 영화소개프로그램 중 최장기 출연자가 됐다.
반평생 가까이 영화와 함께 울고 웃은 그는 22년 만에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 콘텐츠를 내놨다. 지난달 유튜브 채널 ‘경식씨네(Cine)’를 열고 영화 리뷰 영상을 업로드하자마자 “진짜가 나타났다”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앞서 7일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김경식은 “시청자들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둘 줄은 몰랐다. 하던 일을 그대로 했을 뿐인데 많은 분이 좋아해 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댓글 ‘좋아요’ 누르며 행복”
사실 그의 유튜브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동료인 이동우와 책 소개 채널인 ‘우동살이’를 2022년 11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내 색깔이 드러나는 개인 콘텐츠”를 내놓는 것은 그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7∼8년 전부터 ‘나다운 영화 리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해왔어요. 그런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해 겨울 무렵에야 시작해 보자는 결심이 섰죠. 직접 영상제작회사에 찾아가 아이디어를 냈고, 영화 선정부터 목소리 톤까지 고민하면서 준비했어요.”
고심 끝에 지난달 17일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사운드 오프 프리덤’의 리뷰 영상을 연달아 올렸다. 영상은 순식간에 1300여개 댓글을 모으며 10만뷰를 돌파했다. 그는 “‘기계치’인데도 밤이고 낮이고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느라 잠을 못 잔다”며 웃었다.
“몇몇 댓글에는 ‘출비’와 똑같단 비판도 있는데, 일리 있는 말이에요. 아직은 제 개성을 찾아가는 중이거든요. 사실 전 영화를 깊게 알진 못해요. 그저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 떠는 정도죠. 다만 그런 편안한 시선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배우들과도 영화로 출발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고요. 리뷰에만 국한하지 않고, 영화관 방문 후기나 퀴즈도 진행하며 채널을 ‘유기체’처럼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김경식.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인기 비결? ‘출비’ 팀의 호흡”
그가 유튜브 채널을 열기 전 가장 먼저 찾은 사람들 역시 ‘출비’ 제작진이었다. 같은 영화 소재라 불편해하면 어쩌나 싶었던 그의 걱정은 단숨에 허물어졌다. 진행자인 서인, 김초롱 아나운서와 제작진은 축하해줄 뿐 아니라 “도와줄 것 없느냐”며 한마음으로 물었다.
“이게 ‘식구’의 마음인가 봐요. 저희 팀은 매주 녹화 날에 다 같이 김밥을 사 먹으면서 안부를 나누거든요. 서로가 너무나 친해서 촬영 중에도 MC들이 실제 대화처럼 리액션(반응)을 해요. 그런 편안한 호흡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돼 지금껏 방송할 수 있었다고 자부해요.”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화제몰이를 한 덕분에 인터뷰 당일 tvN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촬영했다. 후배 유재석·조세호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왔다는 김경식은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22년간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에요. 나만의 색깔을 꾸준히 쌓다보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다만 늘 진심을 다했어요. 대중의 눈엔 억지로 하는지, 즐기며 하는지 화면너머로 다 보이거든요. 앞으로도 제 할 일을 묵묵히, 진심으로 해나갈래요.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문득 들렀을 때 즐겁게 웃을 수 있게 만들겠단 약속 하난 지키겠습니다.”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