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가운데 김호중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가 125억 원대 수익을 미리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JTBC는 27일 김호중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가 여러 의혹과 논란에도 공연을 강행해왔던 이유에 대해 “공연을 계속하지 않을 경우 빚더미에 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이라고 전했다.
JTBC가 분석한 생각엔터테인먼트 재무제표에 따르면 생각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말 94억여 원이던 현금성 자산은 1년 만에 16억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이 30억 원, 한 회사에 투자한 돈도 60억 원이나 된다. 2023년에는 공연 등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미리 받아둔 걸로 보이는 선수금이 125억 원 넘었다. 공연 등이 취소되면 모두 빚이 되는 돈이다.
따라서 김호중이 공연을 지속할 수 없다면, 생각엔터테인먼트 정상 운영도 힘들어진다는 해석. 결국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입장문을 내고 사업 재검토 등 회사 정리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김호중 사태로 많은 분에게 실망을 안긴 점 거듭 사과한다. 당사는 이번 사건 관련 임직원 전원 퇴사 및 대표이사직 변경을 결정했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당사 소속 아티스트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당사는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여, 협의시 어떠한 조건도 없이 전속 계약을 종료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피해를 입은 모든 협력사에게도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사후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당사와 김호중으로 인해 피해를 보신 모든 분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한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됐다.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11시 40분경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3시간여 뒤 김호중 매니저가 ‘내가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백을 하고 김호중는 사고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김호중과 소속사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특히 주변 CCTV 영상과 술자리 동석자 발언 등 잇단 음주 정황에도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인 19일 밤 돌연 입장을 바꿔 음주운전 혐의를 시인했다. 또 김호중은 사고 직후 직접 소속사의 다른 매니저급 20대 직원 A 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호중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광득 대표는 사고 뒤 김호중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본부장 전 씨는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 씨도 같은 사유로 구속됐다.
영장판사는 영장심사 당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괜찮은 것이냐”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