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살인사건] 사령카페 빠진 前애인 빼내려다…

입력 2012-05-0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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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공원 피살 대학생, 회원들과 미신 여부 갈등 빚다 변당해…
범행 10대 3명 구속영장
서울 신촌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대학생 살인사건’ 피의자들은 피해자인 대학생 김모 씨(20)와 미신을 믿는 문제를 두고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자주 다툰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씨가 전 여자친구를 ‘사령(死靈·죽은 자 영혼) 카페’에서 탈퇴시키는 과정에서 피의자들과 갈등을 빚은 것이 범행의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서대문구 창천근린공원에서 김 씨의 목과 배 등을 흉기로 4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이모 군(16)과 홍모 양(15)을 1일 검거한 데 이어 범행에 가담한 대학생 윤모 씨(19)를 2일 체포했다. 윤 씨는 피해자 김 씨와 일면식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1년 전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돼 올해 1월 초부터 사귀다 지난달 헤어진 A 씨(21)가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개설한 채팅방에 가입했다. 이 채팅방에는 가해자인 이 군과 이 군의 여자친구 홍 양도 있었다. 이들은 3, 4회 직접 만나며 친분도 쌓았다.

하지만 채팅방에서 미신 이야기가 자주 오가자 개신교 신자였던 김 씨가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채팅방을 개설하기 전부터 사령 카페를 통해 이 군 및 홍 양을 만나 친하게 지냈다. 김 씨가 A 씨를 사령 카페에서 탈퇴시키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이 군과 갈등을 빚었다.

채팅방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여자친구였던 A 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 군에게 그동안의 일을 사과한 뒤 A 씨를 탈퇴시킬 목적으로 신촌에 갔다. 김 씨는 이 군에게 줄 그래픽카드 등 ‘화해용 선물’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이 군은 윤 씨가 준비해온 흉기 2개를 가지고 홍 양과 함께 김 씨를 만나러 왔다. 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김 씨는 이날 오후 8시 13분경 친구에게 “점점 골목, 왠지 수상”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피의자들은 2분 뒤인 오후 8시 15분경 김 씨를 인근의 창천공원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홍 양이 살인에 가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 군 등이 범행 며칠 전 카카오톡으로 김 씨에게 ‘한 번 만나자’고 제안해 사전에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군은 경찰 조사에서 “김 씨가 우리 신상 정보와 악성 댓글을 올리며 ‘죽이겠다’고 협박해 감정이 격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가해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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