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퓨저에 불이 붙는지 궁금했다는 이유로 친구의 머리에 디퓨저를 묻히고는 라이터를 켰습니다. 그리고 불이 붙자, 샤워기 수도꼭지까지 잠갔습니다. ‘장난’이라기엔 공포스러운 이야기지만, 법원의 판단은 징역형에 집행유예였습니다.
청주지법은 2023년 11월 충북 청주의 한 빌라에서 친구 C씨의 머리에 불을 붙인 20대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4개월, 징역 1년을 선고하되, 집행유예 3년과 2년을 각각 붙였습니다.
“불이 붙나 안 붙나 궁금했어요.”
이들의 범행은 ‘실험 정신’이었을까요, 아니면 잔혹한 놀이였을까요. 인화성이 있는 디퓨저를 친구 머리에 붓고, 라이터로 점화. 불길이 번지자 피해자가 불을 끄려 했지만, A씨와 B씨는 샤워기 수전을 틀어막으며 진화를 방해했습니다.
그 결과 C씨는 얼굴과 목, 머리 부위에 2도 화상을 입고, 전치 3주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머리카락이 탄 정도가 아니라, 화학 물질로 인한 깊은 화상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은 “반성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는 이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두 가지는 법원 판단에 있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다른 모양입니다. 친구를 태우고도 반성문과 선처로 풀려난다면,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부터가 ‘범죄’인지 사회적 기준이 흐려지는 건 아닐까요? 청소년 범죄를 언제까지 ‘철없던 시절’로 덮을 건가요?
이번 사건은 단순히 10대 시절의 일탈로 넘기기엔 위중한 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생명에 직결될 수 있었던 화상, 고의적인 진화 방해, 심리적 충격까지 감안하면 피해자의 치료는 3주로 끝났어도, 마음속 화상은 오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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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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