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교과서·사전 아우른 개선 성과…“아프리카 ‘현재’ 기록해야”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가 네이버 지식백과 ‘아프리카 인종’ 항목에 담긴 편향 서술을 시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성과는 반크가 2025년부터 추진해 온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국내 이용률 1위 포털 네이버에서 ‘아프리카’ 검색 시 상위에 노출되는 지식백과 콘텐츠 전반을 점검한 결과, 총 10건의 항목에 대해 시정을 요청했다.

점검 대상에는 초·중등 교육용 콘텐츠와 일반 사전이 폭넓게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초등사회 개념사전 ‘아프리카’ ▲종교학대사전 ‘아프리카’ ▲세계지명 유래사전 ‘아프리카’ ▲천재학습백과 초등 사회 용어사전 ‘아프리카’ ▲천재학습백과 초등 사회 6-2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종족’ ▲천재학습백과 초등 사회 6-2 ‘아프리카 사람들은 게을러서 못사는 것일까?’ ▲천재학습백과 초등 사회 6-2 ‘아프리카의 환경’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아프리카 문화권’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아프리카 인종’ ▲Basic 중학생이 알아야 할 사회·과학상식 ‘니그로 인종’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아프리카를 설명하는 서술 구조에서 공통적인 편향 사례가 확인됐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아프리카를 ‘빈곤한 현재와 잠재적 미래’로 단순화하는 이분법적 서술이다. 다수 항목이 빈곤·질병·사막화 등을 강조한 뒤 ‘발전 가능성’으로 결론을 맺는 구조를 반복하며, 도시화·산업 성장·문화 산업 확대 등 동시대 아프리카의 변화상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예컨대 초등 사회 6-2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종족’ 항목은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모습’으로 가장 먼저 ‘배고픔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제시하며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고 있었다.

또한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아프리카 문화권’은 ‘풍부한 자원으로 개발 가능성이 크지만 오랜 식민 통치로 인해 경제 종속, 갈등, 식량 부족 등으로 근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문장으로 서술을 마무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현재 발전상과 지역 내 협력, 자생적 변화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프리카를 단순히 ‘근대화가 지연된 지역’으로 인식하게 할 소지가 있다.

식민지 시기에 기원한 용어가 비판적 맥락 없이 사용된 점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블랙 아프리카’, ‘피그미’, ‘부시먼’, ‘호텐토트’ 등이 대표적이다.

‘블랙 아프리카’는 인종을 기준으로 대륙을 구분하던 유럽 식민지 시대의 개념으로, 종교학대사전과 세계지명 유래사전 두 항목에서 별도 설명 없이 사용됐다. ‘부시먼’과 ‘호텐토트’ 역시 외부에서 부여된 명칭으로 오늘날에는 각각 ‘산(San)’, ‘코이코이(Khoikhoi)’ 등 자칭 기반 용어 사용이 권장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시정이 이루어진 항목은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아프리카 인종’이다. 시정 전 해당 항목은 아프리카 인종을 ‘니그로 또는 흑인종’으로 설명하고 ‘니그로’를 동의어로 병기하고 있었다. 본문에서도 ‘수단니그로’, ‘피그미’, ‘부시맨’, ‘호텐토트’ 등 용어가 별도 설명 없이 사용됐으며, 노예무역 관련 서술에서도 강제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니그로(negro)’는 피부색 중심의 인종 분류 체계에서 비롯된 용어로, 오늘날에는 인종차별적 맥락이 결합된 표현으로 인식되어 사용이 지양되고 있다. 특히 동일 플랫폼의 국어사전에서는 해당 용어를 ‘경멸적·비하적 표현’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지식백과에서는 비판적 설명 없이 동의어로 제시되고 있어 용어 사용 기준의 일관성 문제도 드러났다.

반크의 시정 요청 이후 해당 항목은 전면 수정됐다. ‘니그로’ 표기는 삭제됐으며, ‘수단니그로·반투니그로·피그미·부시맨·호텐토트’ 등은 ‘서아프리카·중앙아프리카 민족’, ‘반투계 민족’, ‘산족·코이코이족·바카족·음부티족·트와족’ 등 지리적·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표현으로 대체됐다. 또한 노예무역 관련 서술은 ‘퍼져 나갔다’에서 ‘강제 이주되었다’로 수정돼 역사적 사실의 강제성이 명확히 반영됐다.

아울러 ▲Basic 중학생이 알아야 할 사회·과학상식 ‘니그로 인종’ 항목 역시 시정이 이루어졌다. 해당 항목은 기존의 ‘니그로 인종’이라는 용어를 ‘흑인종’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정돼, 용어 자체에서 드러나던 차별적 표현이 개선됐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용어 수정에 그치지 않고, 지식 콘텐츠가 특정 지역과 사람을 어떻게 인식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부 시각에서 부여된 명칭을 넘어 해당 공동체의 자칭과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서술이 전환됐다는 점에서 인식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시정 요청 하루 만에 수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기존 서술의 문제점이 명확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정 요청 10건 중 ▲종교학대사전 ‘아프리카’ ▲세계지명 유래사전 ‘아프리카’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아프리카 문화권’ 등 일부 항목은 저작권 및 제공처 정책에 따라 즉각적인 수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네이버 측은 향후 데이터베이스 일괄 업데이트 시 해당 내용을 제공처에 전달해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균형 잡힌 서술의 필요성이 더욱 확산하고, 관련 콘텐츠 전반의 개선 논의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크는 이번 성과를 포함해 국내외 교과서와 사전 전반에서 아프리카 관련 서술 개선을 지속해서 이끌어왔다. 2025년 5월에는 국내 초·중·고 교과서의 편향 서술을 분석해 교육부에 시정을 요청했고, 그 결과 초등 교과서 8종에서 현대 아프리카의 발전상과 국제 교류 내용이 확대 반영됐다. 같은 해 해외 사전에서는 아프리카 관련 용어에 ‘dated’ 등 경고 문구가 추가됐으며, 3월 16일에는 해외 교과서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문제 제기를 통해 시정 답변을 끌어내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정 활동을 주도한 반크 이세연 청년연구원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빈곤과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54개국에 이르는 대륙 전체를 단일한 이미지로 환원하는 서술 방식이 문제”라며 “아프리카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서술은 반복되지만, 정작 오늘날의 변화와 현실을 균형 있게 다룬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의 아프리카’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그간 한국을 바로 알리고 시정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관련 서술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아프리카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확립하는 것은 상호 존중에 기반한 국제사회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토대”라고 밝혔다. 이어 “생성형 AI가 주요 정보 유통 경로로 자리 잡은 만큼, 디지털 환경에서 생산·확산하는 지식의 정확성과 맥락에 대한 책임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서술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크는 지식백과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 전반에서 아프리카 관련 서술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균형 잡힌 정보 제공을 위한 시정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지식백과 내 다른 시정 요청 건도 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적인 개선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