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은유전된다?

입력 2008-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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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잘난 모습을 그대로 이어받았을 때 흔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한다. 이는 유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부모가 챔피언이었다면 자녀 역시 챔피언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다. 축구선수 차두리가 2002 월드컵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 가장 부각된 인물은 차범근이었다. 부자 축구스타로 각광받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는데, 차두리가 차범근의 운동신경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칭찬했다. 이들 이외에도 스타 출신의 부모를 둔 선수들이 스포츠계에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챔피언의 유전자는 고스란히 전수되는 것일까. 또 경기력 관련 유전자 분석을 통해 경기종목에 적합한 선수를 선별할 수 있을까. 스포츠스타 이유있는 부전자전 ○유전과 신체적 특성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의 구조(키나 체형)나 기능적 요소가 유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모의 신장이 클 경우 그 자식들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고,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운동 능력, 즉 지구력 근력 유연성 순발력 평형성 등도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농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유리할 것이다. 체력 가운데 주요 요인의 하나인 심폐지구력을 예로 들면, 심폐지구력은 최대산소섭취량(VO2max)으로 자주 나타내곤 하는데, 최대산소섭취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요인이 40∼50를 차지한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는 해안가에서 자맥질을 했던 해녀의 아들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해녀들의 심폐지구력은 상당히 좋은데, 그의 근력과 인체의 근육량 역시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덴마크 근육연구센터의 벵트 샐틴 박사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케냐 선수들이 장거리 선수들로서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면, 챔피언의 유전자는 분명 존재한다. ○체중 감량도 유전인자 영향 요즘 다이어트 열풍이다. 모두가 살을 빼고 싶은 욕심에 덜 먹고, 많은 운동을 하며, 갖가지 약물을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효과 면에서는 천차만별이다. 즉시 효과가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체중 감량은 커녕 다이어트 부작용에 시달리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왜 그럴까. 이 역시 유전인자로 설명할 수 있다. 특정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신체의 반응 역시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살이 생각 만큼 빠지지 않는다면, 유전인자를 의심해보는 것이 어떨까. 같은 맥락으로 동일한 트레이닝을 적용시켰을 때 선수의 향상도 각기 다르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유전인자의 영향이다. 예를 들어 심폐지구력의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은 유산소성 훈련에 의해 증가될 수 있는데, 이것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40∼50결정된다고 한다.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못해 신체적 특성이 모두 유전에 의해서 결정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인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차두리의 경우, 차범근이라는 최고 스타의 아들이기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했을 것이고, 일반 축구선수들이 사진으로나 접할 수 있는 축구 스타들과도 쉽게 만나 최신의 축구정보도 접했을 것이다. 축구선수로서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에 의해 타고난 재능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그 재능이 더욱 빛날 수도 혹은 퇴색되어질 수도 있다. 환경적 요인의 대표적 사례는 기술지도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지도자로부터 익힌 기술과 전략은 엘리트 스포츠에서 챔피언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좋은 학원가 선생을 찾아 강남을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잘 안맞는 선수는 있다. 바로 선수와 지도자의 궁합이다. 선수의 타고난 재능을 연마해주는 지도자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재목 조기 발굴 자료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미리 발굴해낼 수는 있을까. 운동수행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분석을 해보면, 개인의 유전적 소인이나 운동능력, 훈련에 대한 적응력 및 향상도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우수 선수의 조기 발굴을 위한 기초적인 분석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 우수선수의 조기발굴을 위해 활용될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인종과 성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고, 훈련이라는 후천적인 요인으로 인해 운동능력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전적인 요인만으로 그들이 정상 수준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하며, 유전 요인은 전부가 아닌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일 뿐이다. ○유전과 훈련이 결합돼야 챔피언 챔피언은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해 체력과 기술을 연마하고, 이를 경기 현장에서 전략으로 연결하는 지도자의 지도력에 의하여 점진적으로 발달된다. 챔피언은 아마도 종목에 적합한 모든 요인을 유전적으로 타고났으며, 잘 짜인 훈련 프로그램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면서 훌륭한 지도자에게 기술과 전략을 전수받은 선수일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다소 부족한 선수일지라도 ‘근성’을 갖고 자신에게 적합한 훈련, 영양, 기술과 전략 습득을 통해 챔피언에 근접하는 경우가 스포츠계에는 더 많다. 박세정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 김광준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 김정훈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편집|안도영 기자 ydalove@donga.com 유진한 기자 haja17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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