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이론으로분석한‘우리’돌풍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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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건싫다…깎이는건더싫다?
행동경제학에 ‘손실의 혐오 (loss aversion)’ 이론이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이득 추구보다 손실 회피 성향이 더 강하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 검증된 결과다. 대다수 사람들이 꼴찌로 지목했던 우리 히어로즈의 예상 외 초반 순항(5승 2패)은 손실 혐오 이론과 부합한다. 히어로즈는 작년 6위에 불과했던 현대 유니콘스를 계승한 팀이다. 정확히는 인수도 재창단도 아닌 어정쩡한 거저먹기였지만 그나마 에이스 김수경도 빠져 있다. 구단 투자는 최악이다. 코치진의 용병술이 딱히 탁월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야구적 측면으로 보자면 설명이 안 된다. 오히려 심리학적으로 접근할 때, 설득력 있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마디로 송지만이 옳았다. “내년에 얼마가 더 깎일지 모르니까 잘 할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김인식 한화 감독이 촌평했듯 “악에 받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반 돌풍이란 비극적 희극을 연출한 셈이다. 우리 히어로즈의 패러독스를 통해 구단들은 ‘플러스 옵션보다 마이너스 옵션이 약발이 더 먹힌다’는 결론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플러스 옵션이라면 하다가 안 되면 말겠지만 마이너스 옵션은 이미 손에 쥐었던 돈을 잃기 싫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매달리는 법이다. 그렇다면 히어로즈의 패러독스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관건은 실적이다. 어느 시점에서 꺾이기 시작하면 자포자기에 빠져 버릴 수 있다.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연봉은 깎일 것이고 몸이나 건사하자’는 식으로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 무너질 것이다. 그 반대로 페이스가 유지되면 ‘연봉을 더 깎이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되고,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심리학엔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릴 때 인간의 생존력이 더 높아진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있다. ‘성적을 내고 싶으면 플러스 옵션이 아니라 마이너스 옵션으로 선수들을 내몰아라.’ 선수에겐 악몽, 구단에겐 축복. 우리 히어로즈 패러독스의 출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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