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중계를 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어구 중 하나가 바로 ‘어메이징 메츠(Amazing Mets·경이로운 메츠)’이다. 1969년 기적과 같은 행보로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적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뉴욕 메츠를 이렇게 부른다.
부진한 성적을 털어버리고 일약 정상에 우뚝 선 팀이라면 바로 ‘어메이징 메츠’와 비견된다. 87년과 91년 각각 우승을 차지했던 미네소타, 또 91년 준우승팀 애틀랜타, 2006년 준우승팀 디트로이트 등은 그 전해까지 수년에 걸쳐 비참한 성적을 내며 누구도 우승을 점치지 못했지만 당당히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바로 이런 팀들이 ‘제2의 어메이징 메츠’이다. 하지만 오리지널 69년 메츠의 매직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전설로 남아있다. 과연 왜 이들이 전설로 남아있는지 살펴봤다.
1957년까지 뉴욕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2개의 명문 팀 뉴욕 자이언츠와 브루클린 다저스가 서부 지역인 LA와 샌프란시스코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것이 발단이다. 양키스가 남아있었지만 3개팀에게 고른 사랑을 나눠주던 뉴욕 팬들에게 1개팀은 가혹한 형벌과도 같았다.
변호사 윌리엄 셰이는 타 지역 팀들을 뉴욕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결국 1961년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2개의 확장팀 기회를 받았고 휴스턴 콜트45(애스트로스의 전신)와 함께 메츠가 결성됐다.
메츠는 62년 양키스의 전설적인 감독 케이시 스텡겔을 초대 감독으로 영입하고 당당히 리그에 뛰어들었지만 신생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40승 120패라는 처절한 성적으로 20세기 4번째로 낮은 승률팀으로 데뷔하게 됐다. 67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은 시즌 67승. 리그의 웃음거리 그 자체였다. 그나마 68년 73승으로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당시 내셔널리그 10개팀 중 9위에 그치고 말았다.
대망의 69시즌이 시작됐다. 메츠에게 첫 행운은 바로 이 해부터 리그를 동부와 서부 지구로 나눈 제도가 출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두달 동안 메츠는 전혀 ‘영재’로의 싹수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5할에 미치지 못하는 21승 23패. 모든 분위기가 최초로 5할 승률을 달성하면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8월 중순 동부 지구 5개팀 중 3위였지만 1위 시카고 컵스에게 무려 10게임이나 뒤져있었다.
컵스 역시 당시 60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팀이었고 어니 뱅크스, 론 산토가 타선을 이끌고 퍼기 젠킨스, 켄 홀츠먼 같은 좋은 투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행운의 여신은 메츠에게 손짓을 하기 시작한다. 남은 49경기에서 38승을 거두며 시즌 100승을 달성해 기적 같은 지구 우승을 한 것이다.
리그 챔피언 상대팀은 행크 에런이 이끄는 애틀랜타. 일단 기세가 오른 메츠는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3연승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상대 팀이 그저 그런 팀이었다면 ‘기적의 메츠’가 쉽게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규 시즌 109승을 거뒀고 북 파월, 프랭크 로빈슨, 수비의 귀재 브룩스 로빈슨 등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4명 포진하고 있고 마이크 쿠엘라, 짐 파머, 데이브 맥닐리가 합작으로 59승을 거둔 당시 최강의 골리앗 팀인 볼티모어가 상대팀이었다.
메츠에는 25승을 거둔 짐 파머가 버티고 있고 좌완 에이스 제리 쿠스먼이 있었지만 타자로는 26개의 홈런을 기록한 토미 에이지 정도가 주목을 받았고 주전 야수 중 어느 누구도 26살을 넘지 않은 풋내기 팀이다.
게다가 1차전에서 믿었던 파머가 무너지며 패할 때만 하더라도 누구나 볼티모어의 압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2차전 쿠스먼의 역투로 기세가 살아난 메츠는 5차전까지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볼티모어를 밀어붙여 기적을 일궈낸다. 시리즈가 끝났을 때 메츠의 주전 중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MVP에 오른 돈 매클렌데온 밖에 없었지만 필요할 때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어메이징’ 혹은 ‘미러클 메츠’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 10경기 남짓 밖에 달리지 않은 2008시즌 메이저리그. 아직 여물기 위해 한참을 더 달려야 하지만 6개 지구 중 무려 4개 지구에서 지구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팀들이 1위에 올라있다. 물론 이들 중 시즌이 끝났을 때까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팀은 극소수 혹은 한 팀도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팬들은 기다릴 것이다. 2008 어메이징 썸바디(Amazing Somebody)를….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