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동양야구이해못한피터슨코치

입력 2008-04-1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번엔 한국투수들과의 인연으로 화제가 됐던 릭 피터슨 뉴욕 메츠 투수코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03년 시즌이 끝나고 며칠되지 않아 당시 메츠 단장이었던 짐 투켓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새로운 투수코치로 릭 피터슨이 부임하게 된다고 꼭 서재응선수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순간 며칠전 보스턴에서 우연치않게 마주쳤던 피터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메리칸리그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곱슬곱슬한 머리에 모자를 쓰고있는 피터슨코치의 모습은 제가 어렸을때 좋아했던 박철순 선수와 비슷해서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피터슨과 서재응 선수의 첫 만남은 아주 좋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배리 지토, 팀 허드슨같이 젊은 투수들을 육성해온 장본인이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2번째 시즌을 코앞에 둔 서재응 선수가 코치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컸던 게 사실입니다. 캠프가 시작되자마자 피터슨 코치는 투심체인지업을 전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직구는 90마일, 투심체인지업은 84마일, 서클체인지업은 80마일을 목표로 한 계획이었습니다. 투수한테 구속보단 제구력과 스피드 강약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피터슨의 법칙’을 엿보여주는 전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3번째 불펜피칭을 마치면서 생겼습니다. 당시 몸을 정상컨디션으로 끌어 올리고 투구폼 만들기에 집중하는 서재응 선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팔 움직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있는 것을 피터슨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서재응 선수는 “팔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피터슨은 투구메커니즘과 밸런스보다는 정신적인 자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피터슨은 심리학 석사 학위까지 갖고 있답니다. 폼은 마이너리그나 아마추어 때 배우는 것이라 믿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는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되어 있어야 하고 볼배합과 경기운영능력을 다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 일본선수들은 밥먹듯이 끊임없이 투구나 타격폼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합니다. 이런 점들은 미국과 한국 야구기사들을 비교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기사들은 어느 한 선수가 슬럼프의 빠지면 “자신감을 잃었다”거나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한다” 는 식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 기사들은 “밸런스를 잃었다”, “백스윙이 너무 크다” “하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나옵니다. 애리리조나 시절 김병현 선수가 거울 앞에서 자기 투구폼을 체크하는 모습을 주위에선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마쓰이 가즈오 선수도 메츠에 입단한 후 똑같이 거울 앞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체크하자 주위에 있는 메츠선수들은 정신병자 보듯이 쳐다보곤 했습니다. 이런 현실속에 투구폼을 항상 점검하는 서재응 선수를 피터슨은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폼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아예 가로막기까지 했습니다. 솔직히 피터슨은 능력있는 코치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동양선수들의 세계를 알아주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보는 관점과 처방방식이 전혀 다른 것처럼 동양야구와 서양야구도 그 만큼 다르다는 게 저의 경험이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동양야구가 틀린 야구라면 이치로, 김병현, 서재응, 박찬호, 마쓰이 히데키와 같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과 일본이 WBC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daniel@pnkunited.com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뒤 뉴욕 메츠 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 코디네이터로 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