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수다]‘손가락욕’김병현을감싸던엡스타인단장

입력 2008-03-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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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General Manger Series 뉴욕 메츠에 입사한후 첫 출근한 그날 오후. 셰이스타디움 내에 있는 직원식당 입구에서 당시 메츠 단장이며 현 espn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필립스와 마주쳤습니다. 명품양복에 오랜지색 계통의 아르마니 넥타이를 매고있던 그의 모습은 마케팅부서 졸병(?) 직원에겐 아주 신선한 충격과 도전이었습니다. ‘꼭 나도 단장이 돼야 겠다’ 마음을 먹은 것도 그 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진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 당시 메츠에 채용된 것 조차 기적이었기 때문에 불가능은 없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 이후 수년 동안 많은 단장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각기 다른 스타일과 장 단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장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오 엡스타인이었습니다. 불과 28세에 단장이 된 엡스타인. 저와 그는 동갑이기 때문에 그는 저의 모든 선망과 부러움을 차지한 대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4년 스프링캠프땐 김병현 선수가 엡스타인 단장에게 “너하고 대니얼하고 동갑인데 너는 단장이고 대니얼은 통역이네”라고 재치있는 농담을 해서 셋이서 웃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2004년 당시 엡스타인은 분명히 단장이었지만 모든 파워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서열상 팀사장 래리 루키노 밑에 있었기 때문에 단장 첫 2년 동안은 모든 파워를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2004년 시즌 중 김병현 선수에게 치료차 한국 방문을 허락했지만 나중에 상당히 꾸지람(?)을 들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엡스타인은 나이에 걸맞게 자유분방하면서도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유치원생처럼 사탕을 입에 물고 다니는 모습을 야구장 내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명품양복을 선호하는 다른 단장들과는 달리 참한 대학원생의 모습이었습니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직후 김병현 선수는 엡스타인 단장이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났던 단장중 욕을 하지 않는 유일한 단장이었습니다. 시끄러웠던 ‘가운데 손가락’ 사건 직후에도 김병현 선수를 질책하기보다는 설득시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적으로 선수를 대했고 그렇기 때문에 프로야구선수 경력도 없고 나이도 어린 그를 많은 선수들이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그는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손가락’사건직후 엡스타인은 김병현 선수에게 “넌 이곳에서 오랫 동안 있을 선수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들으면 일종의 ‘립서비스’로 여길 수 있지만 그는 며칠 후 다년계약을 하자며 당시 놀랄 만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 했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 많은 매스컴들은 정반대로 점치고 있었습니다. 어깨통증 때문에 플레이오프때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그레이디 리틀 감독하고 그리 편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트레이드 대상 넘버원이 될거라는 게 그 당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그런 것에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년계약을 제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엡스타인의 판단은 아주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병현 선수의 측근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김병현같은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흔하지 않았습니다. 타이밍만 잘 맞았다면 엡스타인의 기대를 능가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2004년 겨울 잘못된 비시즌 운동방식으로 김병현은 투구밸런스를 잃어버렸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던 5선발자리를 꿰차지 못했습니다. 콜로라도와 트레이드가 성사된후 엡스타인 단장은 마지막으로 김병현 선수와 통화하면서 “인생은 완벽하지 못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엡스타인 단장과의 인연은 끝이 났습니다. 지금 메이저리그를 돌아보면 제2의 엡스타인을 꿈꾸는 젊은 단장들이 많이 현장에서 뛰고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벤치마킹 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솔직히 단장으로서의 그의 능력을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인간적으로는 정말 맘에 드는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단장이란 역할을 새롭게 변화시킨 파이오니어인 것은 분명합니다. 대니엘 김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 코디네이터로 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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