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프런티어]“金쏘는‘名弓’전세계로영토확장”

입력 2008-04-2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양궁업체삼익스포츠이봉재대표
경기도 김포시 감정동의 허름한 공장. 비스듬히 열린 1층 문 틈 사이로 기계 먼지가 새어나온다. 언제 지어졌는지 빛바랜 외벽 칠.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는 어수룩한 개 한 마리까지. 최첨단 기술을 자랑한다는 세계 3위의 양궁업체치고는 어째 초라한 모습이다. ○최고의 활 대표이사실 벽에 걸린 으리으리한 공장 건물 사진을 보고야 의문이 풀렸다. 삼익스포츠의 주력 공장은 중국 칭다오에 있다. 대지는 1만9835m².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한국은 양궁에 걸린 4개의 금메달 중 3개를 따냈다.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종목은 남자 개인전. 하지만 양궁 장비는 남자 개인전까지 삼익스포츠의 차지였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7명의 선수가 모두 삼익스포츠의 활을 썼다. 이봉재 대표이사는 “돈 한 푼 안들이고 전 세계적으로 광고 효과를 본 셈”이라고 했다. ○스타마케팅 아테네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마케팅의 기본도 몰랐다. 이탈리아 남자대표팀 마르코 갈리아조가 스폰서를 해달라는 문의가 왔을 때도 거절했을 정도. 한국대표팀에게만 활을 공급했다. 갈리아조는 자비로 삼익스포츠 활을 샀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대표는 “이제는 갈리아조에게도 활을 준다”며 웃었다. 유럽에서의 매출도 그만큼 늘었다. 삼익스포츠는 1975년부터 활 부품을 수출했다. 대중용 활을 30년 이상 만들면서 축적된 기술이 엘리트 활을 만드는 기초가 됐다. 이 대표는 1990년 삼익스포츠를 인수했고,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엘리트 활 개발에 투자했다. “개발비가 10억원에서 20억원까지 듭니다. 그렇다고 그 활의 품질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많이 팔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죠.” 그런데도 만든다. 왜일까. “5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는 선수들이 바로 우리 대표팀입니다. 최고 선수들에게 활을 공급하려면 당연히 해야죠.” 선수용 활 개발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첨단 소재를 확보하는 것. 활도 많이 쓰면 피로를 느낀다. “가볍고도 복원력과 탄성을 유지하는 소재가 명품 활 탄생의 열쇠”라고 했다. 이 대표는 카본을 떠올렸다. 카본소재를 만드는 회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모두 외국에서 들어오는 원사를 직조해 만든다. 한번 시험하는데 드는 비용은 5000만원에서 1억원선. 성능 차이가 없으면 또 다른 샘플을 주문했다. 지갑은 얇아져 갔다. 그나마 대기업에서는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샘플 공급을 중단하려 한 적이 부지기수다. 중소기업의 설움이 있었지만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존심을 버리고 “당신들 회사 제품으로 여태껏 금메달을 따온 것”이라며 매달렸다. 현재도 박경모, 임동현, 박성현, 윤옥희 등의 대표선수들이 삼익스포츠의 활을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양궁 시장이 커지려면 스타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정적인 운동이다 보니 내성적인 선수들이 많다”는 것.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서 키우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 선수들이 쓰는 브랜드를 쫓아 레저용 활을 구입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날을 꿈꾼다. ○생활스포츠 삼익스포츠는 세계 50개국에 활을 수출한다. 올 예상 매출은 100억원. 유럽이라는 큰 시장 덕분이다. 이 대표는 “프랑스에서는 60세가 넘어가면 연금 받으며 활 쏘러 다니는 것이 일”이라고 했다. 골프에서 18홀을 라운딩하듯 양궁장도 오르막, 내리막 등 다양한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가족단위로 양궁을 즐기고 활터에서 즉석 바비큐까지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면 스포츠를 넘어서 하나의 레저문화다. 일본만 해도 양궁이 성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양궁장과 양궁 박물관이 포함된 테마파크를 기획하고 있다. 당장에 수익성이 없더라도 양궁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말에서 양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김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