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31)가 토종 골프클럽을 들고 LPGA 재정벌에 나선다.
박세리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산 골프클럽 업체인 E2골프와 용품 후원 계약을 갖는다. 톱 프로가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국산 골프클럽 업체와 용품 관련 후원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PGA와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국내파 선수 가운데 국산 골프클럽 업체와 후원 계약을 맺고 있는 선수는 전무하다. E2골프 측은 다년 계약이라고만 밝힐 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으나 계약 기간 2년에 10억원 안팎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보인다.
E2골프의 모기업인 (주)남애스포츠 김상희 대표이사는 “계약금 등 자세한 계약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다년 계약에 드라이버 등을 사용하는 조건이다. 지난 연말부터 계약에 대해 논의했고 E2골프의 드라이버를 테스트 한 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세리가 어떤 클럽을 사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피팅 과정을 거쳐 클럽의 모델을 선택하면 주문 제작에 들어가고, 이후 적응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여름 이후부터 E2골프의 클럽을 들고 대회에 출전할 전망이다.
박세리는 앞으로 모자 왼쪽에 E2골프의 로고를 달고 LPGA투어에 출전한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테일러메이드와 용품 후원 계약을 맺었던 박세리는 당시 연간 1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현재는 별도의 용품 후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테일러메이드의 버너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올 시즌 드라이브 샷 난조와 컨디션 조절 실패 등으로 부진에 빠진 박세리는 지난 4월 말 귀국해 10일 정도 국내에 머물다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했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박세리의 용품 후원에 나서는 E2골프는 55만원 짜리 풀세트로 국내 골프클럽 시장에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산 브랜드다.
지난 2002년부터 골프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라는 카피로 박세리가 기존에 사용해온 드라이버와 자사 제품의 비교 광고를 언론매체에 게재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산 골프클럽 업체와의 계약이 박세리의 향후 활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E2골프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박세리에게 얼마만큼의 지원을 약속할 수 있을지도 활약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계약을 통해 국산 골프클럽의 제2의 중흥을 기대케 한다. 국산 골프클럽은 지난 2002년을 전후로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 브랜드에 밀려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E2골프는 박세리를 앞세워 국산 골프클럽의 영광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주영로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