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Biz]대형사고처리,우왕좌왕毒신속하면藥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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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구단에 근무할 때 정말 대형사고가 났던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맡고 있던 직책은 사고발생시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홍보팀장이었다. 1994년 9월 중순경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고 있어 낙이 없던 어느 날 밤 1시경 구단 사무실로 나오라는 급한 호출을 받았다. 원정경기 중이라 현장 프런트 빼고는 팀장들이 전부 나와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경기 후 가진 미팅에서 코칭스태프의 질책에 반발해 주전급 선수들이 집단으로 이탈했다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프로야구사상 초유의 큰 사고였다. 시즌 내내 불협화음은 있었지만 선수단 내에 으레 있는 갈등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한 이틀은 담당기자들이 눈치를 채지 못해 조마조마하게 넘어갔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TV에서는 스포츠뉴스가 아닌 메인 뉴스를 탔고 스포츠신문에는 여태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큼직한 제목으로 장식됐다. 구단 사무실에는 방송3사 카메라부터 신문사마다 2∼3명의 기자를 보내, 그런 난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며칠을 끈 끝에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은 연봉 대폭삭감, 감독사임, 운영팀장 징계 등으로 수습됐다. 돌이켜보면 이 사고는 작은 불씨를 무시했던 것이 화근이었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수습과정에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다음해 바뀐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의 심기일전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전화위복의 결과를 낳았다. 한자의 위기(危機)는 위험과 기회를 의미하는 두 글자의 조합이다. 스포츠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상사태도 대처만 현명하게 한다면 사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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