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원장의레이디티]“인생의재발견은골프덕이죠”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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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나는 골프와 사랑에 빠진 여자다. 골프와의 인연이 시작된 건 2001년. 이미 가족들은 오래 전부터 골프를 즐기고 있었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자고로 운동이라는 것은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역동적이고 운동 효과도 빨리 나타나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복싱과 벨리댄스도 배워봤다. 그렇지만 그런 운동들과 사랑에 빠지지는 못했다. 즐겁게 하지만, 갈까 말까 고민을 거듭한 적도 있었고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 성취감을 느끼면 이내 시들해 지고 말았다. 주위에서 골프를 배워보라는 권유에 귀가 솔깃해진 것도 그 즈음이다. 의사라는 직업과 골프는 잘 어울린다. 매 홀마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머리를 써가며, 물론 몸을 잘 쓰는 일이 더욱 중요하지만 전진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또, 골프를 통해 나누는 사교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하지만 골프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시작하고 나면 잘 해야 한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나는 나로서는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였다. 생각 끝에 일단 부딪혀 보기로 결심했다. ‘수영을 배우려면 일단 수영장에 가야 한다. 물에 대한 공포는 그 다음에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머리를 굴리며 시작한 골프를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으로 만났다. 골프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스울 지도 모르겠다. 빠져보지 않은 사람에게 이 느낌을 온전히 전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골프를 통해 나의 인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가는 전날 밤에는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내일 소풍을 가는 어린 아이처럼 기대와 걱정으로 이리 저리 돌아누우며 잠을 설친다. 처음 연습장에 나가던 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난감했던 마음, 운동이라기보다는 과제로 받아들여졌던 골프를 점령해 보겠다는 의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로 설레고 걱정스러웠던 그날처럼 골프는 여전히 먼 존재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삶의 활력 이상의 것을 얻었고 또 골프를 하면서 골프에 인생을 은유해 볼 수 있는 눈이 트일 만큼 마음도 깊어졌다. 좋은 것은 혼자 가지고 싶다. 그러나 정말 좋은 것은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지는 법이다. 나는 골프와 여전히 연애를 하고 있고 또 그 줄다리기 속에서 희망도 좌절도 맛보며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해 가고 있다. 이 좋은 경험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특히, 골프를 시작하고 싶지만 5년 전의 나처럼 주저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골프와 사랑에 빠져보라고,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자신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정 혜 신 피부과 전문의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의 공동진행을 맡고 있다. 골프경력 5년의 골프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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