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잘해도남현희만관심‘조심조심’

입력 2008-05-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무명 선수인 걸요 뭘.” 남자플뢰레 최병철(27·화성시청)은 10일 도쿄 그랑프리에서 2위를 기록했다. 1위에 오른 남현희(27·서울시청)가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단 한 줄의 기사도 나가지 않았다.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유명한 최병철, “서운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무명선수’ 최병철의 세계랭킹은 10위. 언제든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실력이다. 17일, 2008 제주 SK텔레콤 여자플뢰레 국제그랑프리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아들린 윌렘(프랑스)의 세계랭킹은 24위에 불과했다. 정길옥(28·강원도청)은 3일 상하이월드컵에서 남현희와 함께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관심은 뒷전. 정길옥은 인터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연신 쭈뼛쭈뼛 했다. 펜싱협회 오완근 사무국장은 “똑같이 잘해도 남현희만 부각되는데 왜 서운함이 없겠느냐”고 했다. 대표팀 김상훈 코치는 경기 장비를 손수 챙겨줄 정도로 세심하다. 선수들의 심리를 읽는데도 능하다. 남현희가 “선생님이 너무 섬세하셔서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할 정도. 이런 김 코치가 선수단 내의 위화감을 모를 리 없다. 김 코치는 “관심이 남현희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에 인터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현희 본인은 정작 어떨까. 자존심 강한 남현희는 “운동한 사람이라고 논리정연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싫다”고 했다. 인터뷰 답변을 미리 생각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다. “취재진이 많이 보이는 국내 경기가 더 긴장된다”는 남현희, 이번 대회에서 “‘여기는 한국이 아니야’라고 되뇌었다”고 했다. 남현희는 17일 여자플뢰레 개인전 8강에서 아쉽게 패했다. 최병철은 18일 남자플뢰레 개인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제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