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프런티어] IB스포츠이희진대표“스포츠중계권확보…지상파콧대꺾었다”

입력 2008-05-2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5년 초 국내 방송계와 스포츠계를 동시에 술렁이게 만든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메이저리그(MLB) 중계권을 한 스포츠마케팅 회사에서 전격적으로 가로챈(?) 것이다. 이 회사는 MLB사무국과의 직거래로 메이저리그 국내 중계권을 확보한 뒤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로 중계권 재판매에 나섰다. 생소한 간판의 민간회사에 제대로 한방 맞은 지상파 3사는 협상을 거부했고, 이 회사는 또 한번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독점편성하는 케이블채널의 설립이었다. 이후에도 이 회사는 국내 남자프로농구(KBL) 중계권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대회의 중계권 등을 전광석화처럼 잠식해 들어갔다. 국내외 경기단체들과 거대 방송사들을 상대로 현란한 수완을 발휘한 그 회사는 바로 IB스포츠다. 걸음마 수준의 국내 스포츠마케팅 분야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주역, IB스포츠 이희진(43) 대표를 만났다. ○이희진 대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학력=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주요 경력 1992년=KBS 미디어(영화 및 스포츠 판권 담당) 1997년=IMG/TWI 한국 대표 2000년=CBS 스포츠라인 한국지사장 2001년=NBA Asia 컨설턴트 2001년=SnE Media 대표 2004년=(주)썬티브이(엑스포츠 채널) 대표이사 사장 2004년=IB스포츠 대표이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국내외 주요 프로스포츠의 중계권 상당수를 확보하고, ‘피겨요정’ 김연아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의 매니지먼트까지 도맡아 다방면에서 국내 스포츠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준비가 완벽했다기보다는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면서 들어맞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마케팅이다. 스포츠마케팅은 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도입됐는데 주로 스포츠를 통한 기업 홍보와 마케팅의 개념이었다. 기업이 여러가지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스포츠를 활용한 것이다. IB스포츠는 2005년 태동 후 줄곧 ‘스포츠를 위한 마케팅’에 주력해왔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자본의 영세성에서 오는 고통이 컸다.” -국내에 생소했던 스포츠마케팅 사업을 벌이게 된 계기는.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지상파 3사의 시대를 지나 케이블TV가 등장했다. 이제는 1400만 가구가 시청할 정도로 케이블TV가 성장했다. 또 케이블TV, 위성방송에 이어 DMB방송과 IPTV까지 2000년대 들어서는 더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매체시대, 대안적 매체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새로운 매체들의 다양한 콘텐츠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줄 존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IB스포츠가 해외 프로리그와 국제대회의 중계권을 무리하게 확보하면서 가격을 올려놓았다고 비판하는데. “소 한 마리를 예로 들면 과거에 지상파 3사는 갈비 값만 내고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달라고 했다. 물론 남한테 나눠주지도 않았다. IB스포츠는 갈비 값보다는 더 주고 소 한 마리를 구입해 지상파 3사에는 예전보다 덜 내고 갈비만 가져가게 하고, 다른 부위는 남(새로운 매체)한테 나눠주는 일을 한 것이다.” -3년 전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놓고 지상파 방송사들과 갈등이 심각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97년 KBS에서 근무할 때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국내 방송사로는 최초로 구입한 실무담당자가 바로 나였다. 이후 내가 거꾸로 방송사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입장이 됐는데…. (지상파 방송을 대상으로 한 중계권 재판매가 여의치 않자)Xports를 나중에 만들긴 했는데 처음엔 생각 못했다. 방송사들이 중계권료를 우리가 실제 구입한 가격보다 부풀려 외부에 얘기하는 바람에 속상했다. 숱한 곡절을 겪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웃음). 당시 지상파 3사에 밀리던 나머지 미디어그룹들(CJ, 온미디어, TU미디어 등)은 응원을 보내기도 해 대리전 성격의 싸움을 벌인 셈이었다. 지금은 지상파 3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IB스포츠가 향후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지난 3년 반 동안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미 2016년까지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해 놓았다. 새롭게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접근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은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고, 베트남은 동남아와 서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라고 판단한다. 4∼5년 뒤에는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IB스포츠 설립단계의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길목에 미리 거미줄을 쳐놓는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산업의 시장성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시장이 협소한 편인데. 아울러 국내 프로리그의 구단이나 연맹에 조언을 한다면. “시장의 한계는 항상 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는 정해진 각본이 없는 콘텐츠다.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와는 다르다. 대체할 수 없는 콘텐츠라 희소성이 있고, 가치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프로리그의 연맹과 구단은 해당 종목이 붐을 타는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