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라이벌‘화해무드’…두산-LG, 2-2트레이드

입력 2008-06-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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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만난 두산 김진 사장은 “LG도 살아나야 하는데…”라며 옆집 걱정을 했다. “한지붕을 쓰는데 두산만 잘 하고 LG는 성적이 안 나와 대놓고 웃을 수도 없다”면서 “팬들이나 야구발전을 위해 LG도 성적을 내야 한다.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김 사장이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두산 김태룡 운영홍보부문장과 LG 유지홍 스카우트팀장은 물밑에서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고 있었고 그 결과물이 3일 발표됐다. 두산은 투수 이재영과 내야수 김용의를 내줬고 LG는 포수 최승환과 외야수 이성열을 건네줬다. 2-2 맞트레이드. 두 팀간 트레이드는 1999년 두산이 김상호와 류택현을 현금 1억원에 LG로 보낸 이후 무려 9년만의 일이다.<표 참조>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표현처럼 잠실구장을 똑같이 홈으로 쓰는 두 구단은 그동안 동업자 정신보다는 비생산적 라이벌 의식이 더 강했다.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선수단은 선수단대로 ‘저쪽만 이기면 기본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두산은 꾸준히 성적을 냈지만 LG는 부진을 거듭하면서 두 팀은 종종 건전한 라이벌 관계를 넘어선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하곤 했다. 2006년 말 두산은 간판투수였던 프리에이전트(FA) 박명환을 LG에 뺏기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팬들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5월 4일 양팀 선수단은 빈볼 시비 끝에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등 때론 물리적 충돌까지 벌였다. “저쪽과 트레이드는 절대 없다”는 게 양팀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그렇지 않다. 시즌 초반 두산 김경문 감독이 SK 김성근 감독과 SK 내야수들의 거친 수비 문제로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을 때 두산 김 감독의 아군 역할을 한 이가 LG 김재박 감독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나중에 갑자기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두산 김 감독의 손을 번쩍 들어줬고, 이를 전해들은 두산 김 감독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외롭지 않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최근 양팀 맞대결에서 LG 김 감독이 두산 투수 이재우의 선글라스 문제를 걸고 넘어가자 두산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김재박 감독의 어필은 정당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9년만의 트레이드도 백업포수(최승환)가 필요한 두산과 선발 요원(이재영) 확보가 절실한 LG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 결과지만 이 같은 ‘해빙무드’가 밑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전통적 앙숙 관계였던 두 팀 분위기를 이야기할 때 가끔씩 회자되는 농담이 있다. 두 팀 선수단은 신인 선수 교육 때 ‘꼭 LG만은(혹은 두산만은) 잡아야 한다’고 가르친다는…. 그러나 적어도 요즘 분위기는 그게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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