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사회학-그들은왜야구에열광하나

입력 2008-06-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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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야구장에 가는가. 가히 프로야구의 르네상스다. 5일까지 총 관중은 244만 7046명. 전년 대비 21나 증가한 수치다. 1995시즌의 황금기에 필적할 분위기다. 롯데가 흥행을 주도(6일까지 총관중 62만 6992명)하고 두산, LG 등 서울 팀은 KIA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스포테인먼트의 SK도 역대 최고 페이스이고, 한화나 삼성 등 지방구단들도 파급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와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파 등장 이후 하강곡선을 그렸지만 2008년 명실상부한 ‘최고 인기스포츠’로서 극적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심지어 영화보다 강력한 킬러 콘텐츠란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진 경기력 향상, 롯데 특수, 마케팅 혁신 등 야구계 내적 변화에 포커스가 주로 맞춰졌다. 그러나 무릇 변화는 안과 밖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하는 법. 이에 <스포츠동아>는 전문가의 분석을 동원한 경제, 사회학적 관점에서 야구 붐을 재조명해봤다. ○야구 응원은 곧 자기정체성 확인 동명정보대 스포츠레저학과 전용배 교수는 부산팬의 열광적 롯데 응원에 대해 “야구는 한국전쟁 이후 부산의 문화를 지배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에 들어온 외지인이 많았는데 부산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통합의 매개 도구로서 고교야구와 롯데가 상징성, 대표성을 띠었다”고 역사적 기원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KIA의 경우, 홈인 광주 이상으로 수도권에 팬이 집중 분포한 데 대해서도 “KIA와 전신 해태는 전라도 한(恨)의 역사를 지닌 상징적 팀이다. 80년대 전라도민의 욕구불만을 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야구였다. 또 (개발이 늦은) 전라도엔 공장이 없어서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서울로 유입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그러나 전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에서 자고 나란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 만큼의 KIA 로열티를 기대하긴 어렵다. KIA가 그 하강곡선을 얼마나 늦추는 방향으로 관리할지는 숙제”라고 덧붙였다. ○야구는 경제 불황과 정치 환멸의 탈출구 고려대 경영학과 이만우 교수는 야구 인기를 아이러니라고 촌평했다. 경제와 정치가 실망감을 주면서 그 반사이익이 야구로 쏠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야구는 비용이 덜 드는 가족 여가다. 경제 여건이 침체되면서 나머지 대체재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야구장으로 몰리게 됐다. 여기다 축구는 월드컵 이후 실망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 역시 “이념적으로 좌든 우든 현실정치에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피로감을 느꼈는데 이명박 정부마저 집권 초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렇게 정치, 사회적으로 기대할 것 없는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심리에 야구가 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현대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서를 공유한다. 그러나 아날로그적 소통엔 어려움을 느껴왔다. 집단적 기쁨 표출이 결핍된 느낌이었다. 이 타이밍에서 등장한 야구 붐과 사직구장의 새로운 응원문화는 축제의 기능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사회가 경험했던 기쁨과 흡사하다. 그 만족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프로야구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라고 평했다. 사직|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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