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아니라 차라리 학살이었다.
3회 9득점, 4회 8득점 그리고 두 이닝 연속 타자일순. 19득점(올시즌 최다), 22안타, 4방의 홈런. 쌍둥이 야구는 12일 문학구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집행자는 SK 와이번스였다.
경기 전 벤치 분위기로도 승패가 읽혔다. 7경기차 1위 SK 대 꼴찌와 승차없는 7위 LG. 최근 7연승, 홈 3연승의 SK 대 최근 5연패, 원정 4연패의 LG. 상대전적에서도 SK는 11일까지 LG 상대로 6승 1패의 절대우세. 선발 매치업 역시 SK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 LG는 두산에서 갓 이적한 이재영….
LG가 대등하게 버틴 한계는 2회까지였다. 3회말 9번타자 조동화의 좌전안타로 SK의 일방적 공격이 시작됐다. 정근우-박재상-이진영의 안타가 이어졌고, 김재현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5번 최정이 좌월 2점홈런을 터뜨렸다. 8번 나주환이 아웃될 때까지 원아웃도 없었다. 한바퀴 더 돌아 조동화-정근우-이진영은 다시 적시타를 터뜨렸다. 전의를 상실한 LG는 0-7이 되어서야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백기를 들어야 할 시점에서 LG는 이범준으로 교체하는 고육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범준 마저 4회 뭇매를 맞고 6실점(6자책)을 뒤집어썼다. 최정에게 연타석 홈런, 정근우에게 만루홈런을 헌납하면서.
견디다 못한 LG 벤치는 류택현을 올렸지만 그 역시 원아웃도 못 잡고 안타 2개만 맞고 마운드에서 쫓겨났다. 김수형을 올리고서야 사태는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이미 전광판의 점수는 17-0이었다.
LG는 시즌 최다실점과 최다 피안타 타이라는 검은 별을 감수해야 했다. 2이닝 연속 타자일순 역시 2006년 6월 20일 SK-현대전(수원) 이래 처음 나온 기록이었다.
SK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주전 타선을 물갈이하고 나서야 ‘난타극’은 진정됐다. SK는 선발 김광현도 5이닝만 던지게 하고 내렸다. 김광현은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8승(3패)에 성공했다. 벼르고 별렀던 LG전 데뷔 첫 승도 3연패 후 끝내 성취했다.
3-4회 연타석 홈런을 친 최정은 홈런 존을 넘긴 상금만 200만원을 챙겼다. 정근우는 생애 첫 만루홈런 포함, 5타점을 폭발했고 김재현은 통산 17번째 5000타수를 달성하며 홈런(시즌 5호)까지 작렬했다. 아울러 SK는 8연승에 성공하며 두산이 5월에 거뒀던 시즌 최다연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승리(19-5) 직후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잘 던졌다. 최정, 정근우를 비롯한 타자들이 잘 해줬고 특히 조동화가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줬다. 어려운 경기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풀렸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재박 LG 감독은 “초반에 대량실점해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