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감독이털어놓은‘사령탑의고충’
두산 김경문 감독(50)은 올해로 5년째 두산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국가대표팀 사령탑까지 맡게 돼 올해는 두배로 바쁜 처지다. 2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최근 프로야구의 현안들에 대해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특히 감독들이 느끼는 고충과 더불어 프런트와 현장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모 구단 사정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내놓아 흥미를 유발했다.
○감독은 고스톱 판을 전전한다?
김경문 감독은 ‘고스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상대는 10만원을 들고 있고 나는 만원밖에 없다고 치자. 그러면 ‘고’를 불러야 할 때인데도 패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밑천이 든든해야 판단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감독에게 밑천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김 감독은 “프런트의 확고부동한 신뢰”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감독과 프런트는 한배를 타고 있다. 누군가에게 감독 자리를 맡겼다면 ‘너(감독)랑 나(프런트)는 같은 운명이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보내야 한다. 그러고도 성적을 못내면 그 때 가서 자르면 된다”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는 것이다. 프런트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또 “감독은 모든 사람한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나도 아직 5년밖에 안됐지만 때로는 욕먹을 각오로 소신대로 밀고나가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백조’다!
김경문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을 ‘백조’에 비유하기도 했다. 페넌트레이스 개막 이전에 큰 기대를 걸었던 개리 레스-맷 랜들-김선우의 선발진이 2개월도 안돼 완전히 붕괴됐는데도 꾸준히 2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여유 있지 않느냐는 소리에 이내 정색을 했다. 그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매경기 대타를 어떻게 쓸까, 투수를 언제 교체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백조처럼)위로는 우아하게 헤엄치지만 밑에서는 정신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다”며 열변을 토했다. 김 감독은 “코치 때는 투수면 투수, 타자면 타자, 자기가 맡은 한 분야만 잘 하면 되지만 감독은 다르다. 투수든 타자든 어느 한쪽이 안좋으면 그 대책을 세우고, 모든 책임을 떠안고 시즌을 꾸려나가야 하는 자리가 감독”이라며 우아하지만 고독한 백조임을 강조했다.
광주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