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유로2008리포트]수중전서돋보인‘기술축구’

입력 2008-06-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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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비엔나 예른스트 하펠 구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축구가 굴곡 많은 인생’에 비유되듯 수중전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비가 내린 그라운드는 미끄럽다. 수막 현상에 의해 볼은 잔디 위에서 가속도를 붙여 굴러다닌다. 아니, 잔디 위를 떠다닌다고 해야 한다. 그래서 드리블, 슛, 킥, 트래핑 등은 물론 심지어 체력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비가 내리면 기술적으로 완성된 팀이 유리하다. 빠르게 굴러다니는 볼을 정확한 트래핑과 패싱력에 의해 상대방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서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팀들은 날씨가 맑은 날에도 일부러 물을 뿌리고 경기를 하기도 한다. 스페인과 러시아의 경기는 기술적인 완성도에서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가 드러났다. 스페인 선수들은 한마디로 축구를 즐기면서 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비중 있는 경기의 중압감을 떨쳐버리고 자신들의 장기인 대각선 침투에 의한 강하고 빠른 스루패스의 연결로 러시아를 물리쳤다. 히딩크를 연호하는 러시아 관중들도, 축구를 시청했던 전세계 축구인들도 스페인의 플레이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날의 독일과 터키의 준결승전과는 또 다른 축구의 맛을 느끼게 해준 경기다. 방심과 대비라는 평범한 단어처럼 러시아의 아르샤빈을 제지하지 못한 네덜란드의 패배와 아르샤빈을 90분간 꽁꽁 묶어 버린 스페인의 승리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스페인의 마르코스 세나의 보이지 않는 커버플레이와 프레싱이 돋보였고, 푸욜의 수비 조율이 빛났다. 보이지 않는 팀의 활력소가 되어 스페인으로 하여금 편한 경기를 할 수 있었고, 러시아로 하여금 무력한 경기를 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히딩크 감독도 인정했지만 러시아에 스페인은 너무 강한 상대였다. 이제 결승전만 남았다. 독일과 스페인의 결승전은 또 다른 축구의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독일이 이겼지만 터키가 잘했다.” 독일 레하겔 총리의 많은 의미를 함축한 말처럼 경제적인 축구를 하는 독일과 행복한 축구를 하는 스페인과의 결승전은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 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겸임교수 2003년 1년간 부천 SK 프로축구 지휘봉을 잡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깨우쳤다. 당시 느꼈던 감독의 희로애락을 조금은 직설적으로 풀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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