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우직한펀지작렬

입력 2008-08-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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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한국물가정보배프로기전A조본선리그
<실전> 흑1을 ‘딱’ 놓더니 조훈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두어놓고 보니 이상하다. 때로 ‘감’은 ‘논리’를 뛰어넘는다. 결국 이 수가 문제가 됐다. 국후 복기에서 <해설1> 흑1로 느는 수가 나왔다. 백이 2로 흑 두 점을 잡으면 흑은 그제서야 3으로 간다. 그래, 이게 좋았다. 강지성이 <실전> 백2로 단수쳐 흑의 엷음을 찔러 들어갔다. 조훈현의 얼굴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백4가 떨어지는 순간 ‘퍽!’ 소리가 나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 흑5에는 백6이다. ‘우직한’ 강지성의 ‘우직한’ 주먹이 터지는 순간이다. 이제 상변으로부터 흘러나온 흑 대마가 위험하다. 흑의 진영에 붉은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상! 비상! 흑17에 백은 18로 추격한다. 아슬아슬하다. 조훈현의 타개 솜씨야 세상이 다 알아주지만 이렇듯 타개에만 신경을 쏟다보면 바둑은 점점 더 엷어진다. 집이 부족해진다. 강지성이 백20으로 끊었다. 손놀림은 둔하지만 그 속내는 조금도 그렇지 않다. 한 자루 비수처럼 흑의 급소를 찌른다. 흑의 전신에 생채기가 나고, 출혈이 시작된다. 백24는 어떤가? <해설2> 백1로 아예 흑을 잡으러 갈 수 있을까? 안 된다. 흑6까지 이 백은 잡을 수 없다. <실전> 백26까지 흑은 살았다. 그러나 생불여사라 해도 무방하다. 중앙 요석 두 점이 잡힌 데다 전체적으로 바둑이 너무 엷어졌다. ‘엷은 바둑’은 조훈현의 전매특허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 요즘 젊은 친구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끄응 ∼ ” 조훈현 특유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바둑이 정말 어려워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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