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의다른생각]돈냄새물씬…올림픽은순수한가

입력 2008-08-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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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올림픽이 어디서 언제 열리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스포츠 관람을 즐기는 나로서는 전 세계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놀라운 몸짓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한 시간이므로 그저 올림픽이 고마울 뿐이다. 물론 스포츠가 이런 저런 이데올로기에 이용되고 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특히 올림픽이라는 전 지구적 이벤트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는 거래들이 오갈 것이고, 이제 거대한 스포츠 행사는 아예 경제논리로 설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스포츠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스포츠를 이야기하는 매체에서는 스포츠의 순결성을 강조함으로써 스포츠에 대한 혹은 인간본성에 대한 모종의 긍정적 환상을 부추긴다. 스포츠는 인종, 계급, 성별 등 모든 차이를 초월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스포츠는 평등함, 공정함, 자유로움이 살아 숨 쉬는 가치중립적인 청정지역이라는 환상이 그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개념들은 근본적으로 ‘차별’과 ‘위계’로 유지되는 자본주의나 국가주의의 존립근거에 반(反)하는 개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이러한 욕망과 환상을 이용한 마케팅은 쉽게 먹혀든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포츠의 순수성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지만 동시에 스포츠 경기를 볼 때 돈다발이 겹쳐 보이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저 선수는 얼마나 힘든 훈련을 할까?”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거래를 했을까? 얼마나 벌까?”가 더 궁금해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포츠를 안 볼 수는 없다. 스포츠를 즐기되 비판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것, 스포츠에 열광하되 그런 자신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그것이 우리 같은 일개 스포츠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떠나 이번 올림픽은 왠지 몰입이 되지 않는다. 올해 초 사회를 얼룩지게 했던 여러 사건들이 화면에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다수라는 무기로 소수를 짓누르고,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것은 이젠 너무나 낡고 촌스런 행태임에도, 올림픽을 통해 그런 발악이 극에 치닫고 있음이 이렇게 멀리서도 느껴지는데 어찌 몰입이 되겠는가. 윤 재 인 비주류 문화판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프리랜서 전시기획자 학교를 다니지 않는 17살 된 아이와 둘이 살고 있다 생긴 대로 살아가도 굶어죽지 않을 방법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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