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기어이사고쳤다!

입력 2008-10-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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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자호투,보스턴누르고WS진출
보스턴은 지난 몇 년 동안 포스트시즌에서 믿기 힘든 장면을 수 없이 연출했다. 시리즈의 최종전이 될 수 있는 ‘Elimination game’에서 최근 8연승을 달렸으며, 2004년과 2007년에 기적 같은 ALCS 역전승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번 시리즈 5차전에서도 0:7로 뒤지던 경기를 8:7로 역전시키며 디펜딩 챔피언다운 위용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그들의 화려함도 이번 시즌에는 더욱 아름다운 가을 드라마를 빛내기 위한 밑그림에 그치고 말았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을 보스턴이 아닌 탬파베이 레이스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고를 쳤다. 젊은 팀 탬파베이가 기어이 보스턴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20일(한국시간) 열린 ALCS 마지막 7차전에서 선발 맷 가르자의 호투와 예상을 뒤엎은 신예 데이빗 프라이스의 깔끔한 마무리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프라이스가 9회초 상대의 제드 로우리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순간, 트로피카나 필드는 홈팬들과 선수들의 뜨거운 환호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날 최고의 수훈 선수는 선발 투수 맷 가르자. 그는 가장 부담스러운 경기에 선발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24살의 어린 선수답지 않은 노련한 피칭으로 7이닝 1실점 9탈삼진을 기록해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1회초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이후 6회까지 보스턴의 강타선을 안타없이 8K 노히트로 틀어 막는 장면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지난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팀에 시리즈 리드를 안겼던 가르자는 7차전에서도 중요한 승리를 건져 이번 ALCS MVP에 선정됐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아마 모든 야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장면을 꿈꿔왔을 것이다. 보통은 월드시리즈 7차전을 상상했을 텐데, 단지 그 자리가 ALCS로 바뀌었을 뿐이다″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ALCS 7차전에서 한 선수가 9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것은 메이저리그 기록에 해당한다. 가르자의 호투에 가렸지만 보스턴의 선발 존 레스터의 호투 또한 눈부셨다. 그는 7이닝 3실점 8탈삼진의 투구로서 제 몫을 다해냈다. 다만 그를 공략한 탬파베이 타선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4회말 이반 롱고리아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어낸 탬파베이 타선은, 5회말 로코 발델리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탬파베이는 7회말 윌리 아이바의 솔로 홈런으로 3:1로 스코어를 벌려내는데 성공했다. 올 정규 시즌에서 324타수에서 타율 0.253 OPS 0.737 10홈런 33타점으로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아이바는, 이번 ALCS에서는 6경기를 통해 19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 이날 최종전에서 깜짝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프라이스의 역할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탬파베이의 최대 위기는 8회말 2사 만루의 상황. 가르자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댄 윌러 - J. P. 하웰 - 채드 브래드포드가 나란히 흔들리면서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이 순간 그랜트 밸포어가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 조 매던 감독은 과감하게 정규시즌 5번의 등판밖에 없는 신인 프라이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그는 J. D. 드류를 97마일의 속구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프라이스는 계속 등판한 9회초에서도 강속구를 바탕으로 탈삼진 2개를 추가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ALCS 후반으로 오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줬던 불펜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탬파베이인데, 만약 프라이스가 월드시리즈에서도 뒷문을 계속 지켜줄 수 있다면 그들의 큰 불안 요소 중 하나가 해결될 것이다. 그렇기에 월드시리즈 탬파베이의 키 플레이로 프라이스가 꼽힐 수 있다. 반면 시리즈 1승 3패로 뒤지다 3승 3패까지 추격하며 ′역전의 명수′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던 보스턴은, 마지막 7차전에서 가르자에게 완전히 눌리며 아쉽게 월드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것도 시즌 전만 하더라도 예상치 못했던 탬파베이에 밀린 것이었기에 허탈함은 더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보스턴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결국 우리가 원하는 만큼 도달하지는 못하고 말았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4년간 2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팀답게 팬들의 박수를 받을 만한 명승부를 펼쳐주었다. 이로써 2008시즌 월드시리즈 매치업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탬파베이 레이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됐다. 경기는 한국시각 목요일 탬파베이의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펼쳐진다. 시즌 전까지 이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는 거의 없었고, 그리고 챔피언쉽 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은 보스턴과 LA 다저스의 매치업을 전망했었다. 그렇기에 이번 대결은 이변의 팀들 간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팀이 이길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전력상의 안정감으로는 필라델피아가 한 수 위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탬파베이가 앞선다. 그러나 전력이든 분위기이든 양 팀 모두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를 지니고 있기에 예상이 쉽지 않다. 아마 분위기 싸움인 만큼 양 팀의 대결은 초반 분위기를 먼저 잡는 쪽이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승부 역시 미묘한 부분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어찌되었든 분위기를 탄 의외의 두 팀 간의 대결은 팬들의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대결이다. -엠엘비파크 손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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