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약체헐시티의‘헐크’서포터들

입력 2008-1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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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위 헐시티와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일(한국시간) 경기는 문자 그대로 근래 보기 드문 용호상박의 대혈투였다. 디펜딩 챔피언 맨유의 손쉬운 승리를 예감할 즈음 헐시티 감독 필 브라운이 두 손을 들어 서포터들의 응원을 독려했다. 그러자 헐 서포터들의 너무도 열정적인 응원 속에 경기 흐름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너무도 열정적인’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 전에도 헐 서포터들의 응원은 충분히 열광적이었기 때문이다.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최근 극적으로 아스널과 4-4로 비긴 토트넘의 해리 레드냅이 될 수 있었다는 브라운의 경기 후 소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한 경기였다. 헐시티와 브라운은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에 비교할 수조차 없는 일천한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2부리그인 챔피언십 3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1904년 구단 창설 이후 최초로 잉글랜드 최고의 리그에 오른 헐시티가 내세우는 클럽 최고의 업적은 FA컵 준결승 진출이다. 그것도 78년 전 단 한번이다. 필 브라운 역시 선수로나 감독으로나 잡초 같은 삶을 살아왔다. 이런 그가 이끄는 헐시티가 EPL 10라운드까지 원정무패의 기록으로 맨유에 승점 2점이 앞서있다는 점만으로도 대이변이었다. 그러나 첼시에 0-3으로 완패 당하고,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1-4로 경기가 벌어지자 신생승격팀의 한계를 거론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헐시티의 서포터들은 실점을 하고 경기가 패배 쪽으로 기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큰 함성으로 열띤 응원을 펼쳤다. 호날두가 연속 2경기 2골로 앨런 시어러의 홈 16경기 연속 득점 이후 최고의 기록인 홈 9경기 연속골을 자축하기도 전에 헐시티의 맹렬한 반격에 직면했다. 헐 시티가 맨디와 지오바니의 연속골로 턱밑까지 추격하자 맨유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맨유와 헐시티 서포터들의 격렬한 맞고함 속에 경기 또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퍼거슨은 종료 2분을 남기고 존 오셔를 투입하며 시간을 끌만큼 여유가 없었다. 안데르손은 주심 마이크 딘의 주의를 받으면서까지 천천히 걸어나와 퍼거슨의 지연전술에 부응했고, 결국 경기는 맨유의 4-3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경기를 지고도 밝은 표정으로 올드 트래포드를 나서는 헐시티 서포터들에게서 유럽 챔피언을 혼내주었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브라운은 “후반전에 헐시티는 맨유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었다”며 비록 아쉽게 지기는 했어도 만족스러운 경기내용이었다고 자평했다. 맨체스터=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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