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준도검증도없는‘KBL’

입력 2008-11-21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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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 기준과 검증 과정 모두 없었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총재 전육)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고 체육관에서 KBL 드래프트 일반인 실기테스트를 개최했다. 이날 테스트에는 총 23명의 일반인 지원자 중 KBL 경기위원회의 서류 검토를 통해 합격한 16명의 지원자들만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9명은 해외동포, 7명은 국내 일반인 지원자였다. KBL은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이날 밤 6명(국내 3명, 해외동포 3명)을 최종 합격 처리해 이들에게 내년 2월에 있을 2009 KBL신인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주었다. 이번 일반인 실기테스트 과정에서 KBL은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원자들의 서류를 통해 선발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기준과 검증 과정이 있었는지, 해외 동포와 국내 일반인 지원자가 공정한 기준에서 선별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을 낳았다. 해외동포의 경우, 9명의 지원자가 일반인 실기테스트에 지원해 전원 합격,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합격률 100%였다. 국내 일반인의 경우, 14명 중 7명만 합격해 50%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들을 평가한 기준은 고작 제출받은 서류가 전부였다. 문제는 KBL이 이들에게 공정한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고 서류의 사실 여부 역시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데 있다. ´해외동포 지원자들이 국내 일반인들에 비해 합격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KBL의 관계자는 "동포들은 모두 미국에서 농구를 한 지원자들이다. 서류에 그들의 성적과 입상기록 등이 모두 있다"고 답했다. KBL의 평가 방식은 국내 일반인 지원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그러나 확인 결과는 달랐다. 이날 테스트에 참가한 한 지원자(국내 일반인)는 그 동안 단 한 번도 농구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고 심지어 3대3 길거리농구대회에도 참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원자는 "운동신경이 좋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들어 지원했다. 오늘 와 보니 잘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이전까지만 해도 ´모두 서류를 통해 검증한 지원자들´이라고 밝혔던 KBL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 지원자는 지난 해 일반인 테스트에도 지원했는데 서류에서 떨어뜨렸다. 이번에는 ´자신이 왜 꼭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지, 농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편지까지 함께 동봉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농구에 대한 열정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게 평가해 테스트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테스트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탈락한 나머지 7명과의 차이는 농구에 대한 열정을 담은 편지를 썼느냐의 차이 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지원자(국내 일반인)의 경력이 사실인지에 대해 확인하자 "사실 여부 확인은 하지 않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평가에 대한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고 검증 과정 역시 없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KBL의 관계자는 "일일이 모든 지원자들의 경력을 확인할 수는 없다"며 "일반인 테스트를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지원자는 총 23명이었다. KBL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해외동포 지원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 과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게 됐다. 해외동포 지원자들은 9명 전원이 테스트의 기회를 부여 받았고 이들 중 3명이 최종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KBL에 일반인 신청자들의 기록과 입상 성적 등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자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모 구단의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일반인 테스트를 한다면 객관성을 상실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만약 구단에서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뽑은 이후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실기 테스트를 통해 최종 6명의 지원자를 선별했지만 이번 일반인 테스트를 통해 보여준 KBL의 어설프고 세밀하지 못한 일처리는 프로답지 못했다. KBL이 해외동포들과 일반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제대로 검증도 이뤄지지 않고 정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일반인 테스트와 드래프트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오는 22일은 KBL 창립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KBL은 자신들이 한국 남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단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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