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그의2009년을보라!

입력 2009-01-05 13: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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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9회 강민호의 퇴장으로 외야수 이택근이 마스크를 쓸 뻔했다가 겨우 진갑용이 안방에 올라가 경기를 마무리 지었던 장면은 올림픽 야구가 낳은 가장 큰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힌다. 22명으로 제한됐던 엔트리 숫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수를 2명밖에 데려갈 수 없었던 야구 대표팀. 주전포수 진갑용, 백업 강민호로 대표됐던 라인업은 그러나 진갑용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인해 전혀 경험이 일천했던 강민호로 하여금 류현진, 김광현의 젊은 투수들을 맡겨야 하는 위기에 놓였고, 그런 그 마저 퇴장 명령을 받으면서 아비규환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그래놓고도 또 다시 그들은 이번 WBC에서 안방마님만을 딸랑 2명만 불러들였다. WBC의 엔트리는 올림픽 때보다 6명이나 많은 28명으로 늘어났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 만큼은 포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국내 최고의 수비형 포수라는 수읽기의 달인 박경완이 있지만, 무엇보다 강민호의 영향력이 이미 몇 달 전 올림픽에서의 후보급 선수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당한 주전급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사실 강민호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운을 타고난 포수라 봐도 무방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대학교를 거쳐 수년간의 2군과 백업 생활을 거쳐도 얻어 질까 말까하다는 포수로서의 경험을 초 단기간 만에 독파했기 때문이다. 포철공고 졸업 이후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에 들어와 당시 주전포수였던 최기문이 갑자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실전 경기 마스크를 썼던 강민호는 무수한 1~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답답한 선수에서 대단한 선수로 거듭났다.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이후 2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그저 포수 세대교체의 시발점으로 좋은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갔다가 또 다시 어쩔 수 없는 주전 선수가 되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연달아 집어 삼키게 됐다. 롯데는 자연스런 포수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염원하던 가을야구의 꿈을 이루게 됐고, 국가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과론적으로도 만일 최기문의 부상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강민호가 금방 주전 마스크를 빼앗겼다면, 혹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우리가 강민호의 연이은 블로킹 난조로 일본에게 빼앗긴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면, 이렇게 성장한 강민호는 결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강민호의 성장은 류현진-김광현의 우리 야구 10년 투수자산의 가치만큼이나 10년 포수자산으로 빛이 날 것이다. 박경완이 새롭게 WBC의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이번 올림픽 1차 예선에서의 백업으로 출전했던 걸 제외하고는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강민호의 존재감, 필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소속팀 롯데에서도 그의 뚜렷한 상승세를 기대해 볼 만하다. 이미 공격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강민호는 롯데의 홍성흔 영입으로 기존의 6번 타순에서 한 단계 내려간 7번 타자로, 타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훨씬 더 자유로운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대호-가르시아의 뒤 타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한 여름의 프로텍터보다 훨씬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어버리는 계기가 된다. 포수로서 기량에서는 의문점을 받고 있지만, 경험과 기본 실력만큼은 아직 녹슬지 않은 홍성흔의 존재는 그에게 정신적, 기술적 측면에서 산술적으로 따질 수 없는 상승효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에 파이팅에 허슬까지. 그는 포수로서 가질 수 있는 안정감과 노련한 투수 리드를 빼고는 모두를 갖춘 듯하다. 그라운드에는 매년 새로운 스타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꿈을 키우고, 새로 나아갈 길을 준비한다. 2009년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땀방울을 흘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그 가치를 꽃피울 선수로 롯데의 강민호를 꼽고 싶다. 프로에 입단할 때부터 돋보이기 시작한 이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는 다가오는 WBC와 2009 시즌을 이제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거둬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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