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애프터]선수단과같은복장…등산객들“저선수만왜저래?”

입력 2009-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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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부산 감독은 등반에 앞서 “선수들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 말 속에는 1년 내내 이어지는 장기레이스에서 위기가 닥쳐올 때 힘들게 산에 올라 정상에서 ‘파이팅’을 외쳤던 기억을 잘 상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선수단에 뒤쳐진 채 홀로 산에 오른 기자가 느낀 성취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독자를 위한 사명감이었다. 산행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까짓 등산쯤이야’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겨울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도에 몇 차례 포기하고 싶은 위기를 맞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끝까지 오른 것은 ‘힘든 과정을 거쳐 정상에 서야만 좀 더 생생하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독자에 대한 립 서비스로 산행을 미화시키려는 의도도 아니다. 물론 독자들이 이번 체험기를 보며 얼마나 큰 감동과 재미를 느낄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은 없지만, 기사를 읽는 이들이 있었기에 노고단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또 하나. 부산 선수단 점퍼를 입고 산에 오르는 바람에 선수로 오인한 등산객들로부터 “올 시즌 더 나은 성적 기대한다” “좋은 경기 보여 달라”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 그들은 힘들어하는 기자를 보며 한결같이 ‘축구선수 맞아?’라는 의아한 눈초리를 보냈다. 이 지면을 빌어 말씀드린다. 1월 18일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1시 사이. 노고단 근처에서 부산 선수단 점퍼를 입고 헉헉거리던 이는 선수가 아닌 취재기자였음을. 구례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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