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투수 이정호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지막 남은 5선발 자리를 꿰찰 유력후보로 꼽을 정도다.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이정호가 몸을 빨리 만들어 벌써 불펜피칭도 100개에서 110개씩 하고 있다. 구속이야 한눈에 봐도 140km 후반은 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이제 컨트롤이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민태 코치가 붙어다니면서 지도를 하고 있는데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만족해했다.
히어로즈는 선발 4자리가 사실상 확정돼 있다. 장원삼 김수경 마일영 이현승이 부상이나 특별한 부진에 빠지지 않는 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
김 감독은 마무리투수 다카쓰 신고가 빠져나간 마무리에 황두성을 기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지막 5선발 후보를 추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5선발 후보로 생각했던 오재영이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이정호와 함께 김성현을 선발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 1명이 선발에 들어가고 나머지 1명이 롱 릴리프를 맡을 것이다. 이정호가 지금 같은 컨트롤만 보여주면 올해는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다. 이정호는 마무리가 아닌 선발감으로 생각하고 키우겠다”고 설명했다.
이정호는 2001년 대구상고를 졸업한 뒤 당시로서는 역대 고졸 최고계약금 5억3000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2003년까지 1군에서 19경기에 등판해 1승1세이브를 거둔 것이 전부였다.
2004년 말 FA 박진만이 삼성에 둥지를 틀면서 당시 현대가 그를 보상선수로 점찍었다.
이정호는 2005년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한 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지난해 마침내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투수로 9경기에 등판해 9.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현재 100개 이상의 불펜피칭을 해도 통증이 없다는 것이 반가운 대목이다.
현대 투수코치 시절 ‘투수왕국’을 건설한 김시진 감독 밑에서 이정호가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그가 히어로즈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찬다면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