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정몽준“올림픽축구연령하향시도충격적”

입력 2009-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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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회장과대립각불붙은FIFA파워게임
국제축구연맹(FIFA) 내 ‘파워 게임’이 치열하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정몽준 FIFA 부회장. 둘은 FIFA의 양대 산맥이자 앙숙이다. 2002년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부터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다. 당시 정 부회장은 “FIFA를 개혁해 세계 축구의 미래를 밝히자”며 블래터를 압박했다. 재정 위기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 책임과 독선적인 운영에 반기를 들고 개혁파의 선봉에 선 것이다. 하지만, 블래터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소장파들의 반란을 무력화시키고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당시 경선 상대는 하야투 아프리카연맹회장). 이후 FIFA내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은 물론이고 각 대륙 연맹에도 자신의 입김을 강화했다. 정 부회장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졌다. 표면적으로 화해의 모양새를 취했지만, 감정의 앙금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둘 사이에 놓였던 살얼음에 금이 갔다. 화근은 ‘올림픽’ 이다. 특히 FIFA의 올림픽축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부회장이 ‘왕따’를 당하면서 감정싸움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정 부회장은 26일 오전 축구회관 5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블래터가) 올림픽 참가 선수의 연령을 21세 이하로 낮추고 와일드카드를 폐지하려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충격과 실망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격한 감정까지 드러냈다. ●블래터는 왜 규정을 바꾸려하나 블래터가 올림픽 관련 규정을 수정하려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다. 올림픽 대회 기간이 유럽과 남미 프로리그와 겹치고, 특히 4년마다 열리는 유럽선수권과 같은 해에 열려 선수차출에 어려움이 있으며, 대륙연맹과 협회의 경제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이 블래터의 판단이다. 지난 해 국제스포츠중재위원회(CAS)가 프로구단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를 내줄 의무가 없다는 판결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프로구단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23세 이하에서 21세로 낮추고, 와일드카드(나이에 상관없이 3명을 선발)를 없애려한다. FIFA 주관의 청소년월드컵(U-20)을 올림픽 예선전으로 치르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뿔난 이유는 명백하게 절차상에 하자가 있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설명이다. 집행위원회 논의 사항이라면 마땅히 상임위원회에서 토의해야한다. 그런데도 블래터는 아무런 설명 없이 대륙연맹회장 모임에서 이를 논의했다. 특히 올림픽위원회를 따돌린 것에 고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품고 있는 듯 했다. 정 부회장은 “블래터 회장이 올림픽위원회와 협의 없이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한 2006년 뮌헨 총회에서 논의된 사항과는 차이가 많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축구가 최악의 경우 올림픽에서 철수할 수 있어도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의 예의, 수준 없는 축구를 하지 않아야 한다. 올림픽은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블래터는 98년 회장 당선 이후 와일드카드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려야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표 대결을 한다면 이 문제는 6월 바하마 FIFA 총회에서 투표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세 대결이 불가피하다. 정 부회장과 블래터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FIFA가 다음 총회 때 이 문제를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만큼 21세 이하로 나이를 낮추지 않도록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은 물론 FIFA 소속 200여개 국가와 상의해 올림픽 정신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절차상의 문제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올림픽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알려나가겠다는 것이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표 대결로 갈 경우 프로리그가 활성화된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블래터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올림픽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어느 쪽이 더 강한 결집력을 갖느냐가 승부의 열쇠이다. 어느 쪽이든 질 경우 정치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월드컵 유치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관심사는 2022년 월드컵 유치의 성공여부다.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 부회장은 “절차상 옳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이고, 원칙에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 월드컵 유치에 큰 영항을 없을 것이며, 잘 되면 오히려 더 좋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아울러 그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여러 나라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유치위원회 구성을 늦지 않게 적절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 블래터 깃발을 세운 채 유치활동도 겸할 경우 분명 득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을 다시 한번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유치 희망국 중에서 블래터를 등에 업고 유치활동을 하는 경우가 나올 경우 한국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 파워 게임과 월드컵 유치, 그리고 장기적으로 FIFA 회장 선거까지 맞물려 있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론날 지 세계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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