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학졸업앞둔女핸드볼장소희“인생의승부는이제부터”

입력 2009-03-28 1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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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인생의 승부는 이제부터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장소희(31. 일본 도쿄여자체육대)의 미니홈피에 적힌 글귀는 지난 4년 간 학업과 핸드볼을 병행하며 다다른 막바지 일본생활을 잘 이겨내자는 주문 같다. 1996년 휘경여고를 졸업한 장소희는 고교시절 은사이자 당시 여자실업팀 동성제약을 지도하던 김운학 감독(현 용인시청 감독)의 제의로 실업무대를 밟았다. 데뷔 첫해 대회 신인왕을 차지한 장소희는 이듬해 대구시청으로 이적, 10년 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활약했다. 장소희는 한국이 2003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3위에 오를 당시 레프트윙으로 맹활약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오성옥(37. 히포방크), 오영란(37. 벽산건설), 우선희(31. 룰멘툴)와 함께 ´우생순´ 신화를 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대구시청을 핸드볼큰잔치 정상에 올려놓은 장소희는 홀연히 일본으로 떠나 도쿄여자체육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선수생활 중 마음 한 켠에 간직했던 학업에 대한 미련을 털어내기 위해서였다. 나이 어린 동기생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과 서투른 일본어 탓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묵묵히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다. 그 가운데 용돈을 스스로 벌겠다는 욕심으로 도쿄 시내 한 여고 핸드볼팀의 코치 일도 시작했다. 어느덧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된 장소희는 동료들과 함께 지난 27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국군체육부대 선승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 32회 연맹회장기 전국대학핸드볼대회에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했다. 지난 2007년 첫 참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장소희의 도쿄여자체대는 백상서 감독이 이끄는 한체대 여자팀과 대회 여자부 풀리그 첫 경기를 가졌다. 전반전을 10-14, 4점차로 뒤진 채 마친 도쿄여자체대는 장소희의 활약에 힘입어 후반 중반 한때 동점을 만들기도 했지만, 막판 뒷심부족으로 25-28, 3점차로 아쉽게 패했다.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지만, 장소희는 "한국에 와서 한국 팀에 이겨서 되겠느냐. 조금이라도 한국 핸드볼을 더 배우기 온 친구들이기 때문에 (패했더라도) 괜찮다"며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지난 4년 간 일본에서 쉼없이 달려온 생활에 대해 장소희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며 "처음에는 공부와 운동이 너무 힘들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를 낮추며 동료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두 나아지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1학년 시절부터 해온 고교 핸드볼팀 코치생활은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이제는 팀이 고교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있다"고 어깨를 으쓱였다. 여느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졸업반인 장소희 역시 장래를 생각할 시점이 됐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실업팀에서 뛸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실업정상과 세계무대를 모두 밟아본 장소희는 지난 4년 간의 한국핸드볼이 큰 발전을 이룬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여자 대학 핸드볼의 현실에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여자 대학 핸드볼 팀은 한체대와 남부대 단 두 팀 뿐이다. 그간 명맥을 유지해왔던 상명대는 학교 방침으로 더 이상 핸드볼 신입생을 뽑을 수 없게 돼 선수 부족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장소희는 "내가 실업팀에서 뛰던 시절에 비해 핸드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의 현실은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직접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우리 팀만 해도 선수가 50명이고, 많은 팀들이 각 지역에 있다"고 밝히며 여자 대학 핸드볼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 빨리 조성되기를 희망했다. 졸업반이 된 장소희의 목표는 소박했지만 대표시절만큼 굳은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바로 자신들에게 만년 2위의 설움을 안겨준 일본체육대학 명문 츠쿠바대를 꺾고 정상에 오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동안 츠쿠바대에 매 번 패해 2위 자리에 머물렀다. 올해는 나를 비롯해 4학년생이 많아 꼭 우승하겠다는 의지가 넘친다"며 그동안 밟지 못했던 일본 여자 대학 정상 고지에 올라서겠다고 다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호령하다 늦깎이 대학 생활로 자신의 꿈을 점차 이뤄가고 있는 장소희의 모습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성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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