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학생250여명북새통…잠깐들른도서관곳곳서함성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 하지만 얼음판을 벗어나면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신분으로 돌아간다. 언제나 수많은 인파를 몰고 다닌다는 게 일반 새내기 대학생들과 다를 뿐이다.
김연아가 입학 후 처음으로 학교를 방문한 2일 오전.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캠퍼스는 이른 시간부터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방문 소식을 접한 취재진과 재학생들이 사범대 앞으로 구름같이 몰려들었기 때문. 오전 9시57분, 김연아가 탄 은색 승합차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200여명의 학생들과 50여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검정색 재킷에 청바지를 받쳐 입고 흰 구두를 신은 김연아의 등장에 주변이 아수라장이 된 것은 물론. 길을 터주려는 경호원들과 매니지먼트사 직원들, 김연아의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으려는 카메라맨들과 사진기자들, 한 마디라도 듣기 위해 고개를 빼고 귀를 기울이는 취재 기자들, 그리고 휴대폰 카메라를 든 채 에워싼 재학생들. 수백 명이 한데 엉킨 모습에 김연아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실감할 수 있는 인기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더하다는 게 느껴진 걸까. 그래도 류태호 체육교육과 학장과 강선보 교육대학장에게 고려대 학생증을 받아들자 무척 뿌듯한 듯 했다.
잠시 후 본관으로 이동하는 김연아를 따라 인파도 함께 움직였다. 연예프로그램 리포터들까지 등장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을 정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와, 정말 예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수업을 듣고 말거야”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기수 총장과 20여분 간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연아는 비로소 “대학생이 된 후 처음 학교에 왔는데 모두 반갑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입을 연 뒤 “학교에 자주 오지는 못하겠지만 선수뿐만 아니라 학생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물론 캠퍼스를 마음 놓고 오가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중앙도서관에서 책 세 권을 빌리는 동안에도 주변에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든 걸 보면 말이다.
고려대는 일단 김연아에게 “04학번 박주영(축구)나 05학번 장미란(역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특혜나 편의를 제공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 그래도 09학번 김연아가 ‘특별한 학생’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힘차게 “고려대 파이팅!”을 외친 김연아는 오후에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으로 첫 캠퍼스 방문을 마쳤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