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중계권료후려치기해도너무해

입력 2009-04-23 00: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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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스포츠채널을 통한 프로야구 중계는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경기장에 갈 수 없었던 팬들에게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더욱이 스포츠채널 4사가 매일 펼쳐지는 4경기를 중복편성 없이 골고루 나눠서 중계한 덕분에 팬들은 폭 넓은 채널 선택권을 십분 활용, 안방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직전부터 삐걱거리던 중계권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한 끝에 ‘불방 사태’가 현실화하자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로부터 케이블TV 중계권을 확보한 대행사 에이클라와 스포츠채널 4사가 팬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상호비방전까지 서슴치 않고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과거 방송사들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빅 스포츠 이벤트를 놓고 티격태격해왔다. 외화 낭비를 줄이자며 신사협정까지 맺어놓고도 독자행동을 일삼아 국민적 지탄을 자초한 경우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중계권료만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방송사도 더러 튀어나왔다. 수년 전부터는 중계권을 중개하는 대행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양상은 더욱 혼탁해져 한국은 국제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봉’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밖으로는 출혈 과당 경쟁마저 마다하지 않던 방송사들이 국내 프로야구 중계권료를 놓고는 지금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담합행위로 ‘후려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각사가 처한 입장이 다를 터인데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혹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심산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카르텔을 결성해서는 곤란하다.프로야구는 아직껏 흑자를 내본 적이 없는 비즈니스다. 아울러 8개 구단 체제 유지한답시고 20년 넘게 조성한 기금을 한방에 날려먹은 KBO를 상대로 중재를 요구하는 모양새 또한 궁색하다면 궁색하다. 정재욱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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