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대세는‘유틸리티플레이어’

입력 2009-04-26 14: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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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에서 중견수로, 또는 간혹 1루수로 출전했던 이택근이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9회 1사 만루에서 포수로 앉을 뻔했던 일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화다. 포수로 데뷔했지만 수비력이 미치지 못해서, 또 공격력 강화를 위해 다른 포지션으로의 전업을 택했던 이택근은 한때 포수와 1루 미트, 외야수용까지 글러브만 3개씩 갖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고, 가능성 타진 정도로만 끝났지만 이미 팀의 주력 타자까지 위상이 올랐던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도 한때 3루 전향설이 나돌기도 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특히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선수들이 요즘 갑자기 늘어나는 추세이다. 단순히 치고 달리던 단조로운 전술에서 벗어나 수비야구가 중시되면서 수비 포메이션에서의 다양한 변화가 중요해진데다 지난해 잠시 도입됐다 사라졌지만 끝장 승부의 도입으로 선수 활용 폭이 넓어져야만 했던 게 내 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을 만하다. 메이저리그, 특히 그 중에서도 투수 타석 때문에 더블 스위치를 작전의 일부로 내세워야 하는 내셔널리그 쪽으로 관심을 돌리면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활용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플로리다의 톱타자 알프레도 아메자가, 필라델피아의 후보선수 에릭 브런틀렛, 밀워키의 빌 홀, 클리블랜드의 마크 데로사 등 거의 한 팀에 한 명꼴로 이런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을 찾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안타를 때린 피트 로즈는 2루수로 커리어를 시작해 외야 세 포지션을 거친 뒤 3루수와 1루수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크렉 비지오는 포수로 데뷔해 2루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말년에 외야를 거쳐 다시 2루수로 영예로운 은퇴를 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은 대게 공격이 아쉽지만 반대로 모자란 공격력을 다양한 수비 옵션으로 만회했기 때문에 그만큼 낮은 타율로도 1군에서 버틸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 어떤 위치에 갖다놔도 뛰어난 수비력과 함께 다른 야수들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맞춰줄 수 있다면 감히 소속팀에서 방출을 시킨다 하더라도 새 직장을 찾는데 드는 노고 따윈 거의 없게 마련이다. 한때 3루와 2루에서 정상급 수비를 갖추었다는 평을 들었던 삼성의 조동찬과 신명철이 나란히 외야수로 기용되고 있는 게 유틸리티 플레이어 활용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조동찬은 박석민, 신명철은 김상수에게 자리를 빼앗기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야 출전을 병행하고 있다. 조동찬은 최근 경기에서도 외야로 선발 출장했다가 경기 막판 수비강화를 위해 3루로 이동하고 있으니 팀에게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사상 첫 좌우 연타석 홈런을 치며 공격으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좀처럼 내야에서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올해 외야수로 나타난 LG의 서동욱, 외야수는 대학 때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외야, 그것도 중견수로 기용되고 있는 롯데의 전준우, 이젠 도대체 원 포지션이 어디였는지 알 수도 없는 SK의 모창민, 포수로 입단해 이제는 국가대표급 유격수로 성장한 히어로즈의 강정호 등이 명함을 내밀만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이다.(김재걸 같은 내야 포지션에서의 멀티 플레이어나 장성호 같은 1루수 겸 외야수는 제외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앞서의 설명대로 사실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되고, 또 주로 내야수들이 가끔 아르바이트 하는 식으로 외야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메이저리그처럼 수비까지 되는 유틸리티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의 외야 수비력에는 50점 이상을 주기가 어렵다. 물론 아직은 도입단계인 만큼 차차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여겨진다. 약간 논점과 벗어난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그래도 KIA의 이종범이 야구천재의 명성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에서 나름 수준급의 수비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1루수로 기용되며 소위 이젠 투수 빼고 다 해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커리어를 멀티 포지션으로 소화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에 3루수로 등장하며 내야수로의 꺼지지 않은 가치를 불사르기도 했다. 다만 현재 나이나 지금까지의 커리어로 볼 때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존재가치 향상을 위해 아무데나 막 쓰기에는 너무 높으신 분이라 감독이 초 레전드가 아닌 바에야 실제 활용도는 크지 않다고 말할 만하겠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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