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희망적이었지만 한국 럭비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대표팀과 싱가포르의 2009 HSBC 아시아 5개국 럭비 대회 개막전이 열린 25일 성남 종합운동장. 한국은 전반에만 5개의 트라이를 성공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며 작년 디비전 1로 승격한 상대를 65-0으로 제압했다. 국내에서 럭비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관중들이 찾은 스탠드는 세계랭킹 22위(15인제)인 한국 럭비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했다. 오히려 외국 팬들이 많아 보일 정도. 전국 아마추어 55개, 실업 5개를 합쳐 총 60개란 팀 숫자는 그 한계를 의미한 또 다른 대목이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무대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일본만 해도 전체 팀 수가 6000개를 넘는다. 예나 지금이나 럭비는 홍보와 마케팅, 행정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그저 럭비인들만 열광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계속되는 이유. 대한럭비협회 고위 관계자는 “그간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 개최 여부조차 잘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슈가 있으면 언론과 팬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기장 구하기’ 소동도 미흡한 행정처리가 빚은 해프닝이었다. 이미 성남 종합운동장은 26일 성남-제주간 K리그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타도시의 비협조로 경기장을 구하지 못한 럭비협회는 성남시와 뒤늦게 접촉했고, 어렵사리 경기장을 대여했다. 결국 이런 부분은 경기력이 아닌 행정력에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