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지않는ML기록]파워히터시대…192타점은신기루?

입력 2009-05-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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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시즌최다타점新…1930년컵스의윌슨191타점대기록
야구란 경기는 상대팀보다 점수를 많이 내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1-0의 짜릿한 승리도 있을 것이고, 폭발적인 방망이에 힘입어 10점차의 대승을 거둘 수도 있지만 1점차건 10점차건 점수를 더 얻는 게 중요하다. 점수를 얻어내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은 타자가 출루하고 후속 타자가 이를 불러들이는 타점이라는 방식이 가장 흔히 생각되는 부분이다. 현대야구에서 타자나 투수의 체격과 파워가 과거에 비해 더 강해지면서 홈런과 삼진과 같은 부분에서 예전의 전설적인 선수들의 기록을 속속들이 넘어서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던진 이닝수보다 삼진이 더 많은 투수는 놀란 라이언과 샌디 쿠팩스 외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케리 우드, 요한 산타나와 같은 투수들이 이미 그 기록들을 넘어서고 있다. 홈런 타자들에게 성배와도 같았던 500홈런 돌파도 근래 10년 동안 10명에 다다르고 있다. 그런데 득점력도 높아진 현대 야구에서 유독 단일 시즌 타점 기록은 좀처럼 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물론 오랜 기간 쌓아 올린 통산 타점의 기록 역시 소중한 것이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팀의 경기수보다 많은 타점을 올린 경우는 정말 보기 어렵다. 과거에 150경기대를 치른 것을 무시하고 현대야구의 기준인 162경기를 놓고 볼 때 162타점을 넘어선 경우는 모두 20번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현역 선수로는 1999년 매니 라미레스가 기록한 165타점이 고작이다. 시대가 다르고 야구의 스타일이 바뀌었으니 같은 선상에서 비교는 어렵지만 이 기록 보유자들을 눈여겨보면 1930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191타점을 올린 핵 윌슨과 4차례나 162타점을 돌파한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의 기록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키 168cm에 몸무게 86kg의 땅딸한 체격으로 야구선수보다는 유도나 역도 선수의 가까운 체격에 가까웠던 윌슨은 이런 체격 조건에도 시원한 홈런포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리그 홈런왕에 4번 올랐고 특히 타점 기록을 세우던 해 5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내셔널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 보유자이기도 했다. 최다타점을 기록하기 전 해인 1929년에도 150경기에 출장, 159타점을 긁어모아 찬스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증기 기관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쇠망치를 휘두르던 힘을 타석에서 그대로 활용하며 힘을 과시했지만 술을 너무 사랑해 오랜 기간 뛰지 못했고, 선수 시절 받았던 많은 연봉은 술잔과 함께 사라져 48세의 아까운 나이에 내출혈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한편 베이브 루스와 함께 공포의 양키스 ‘살인 타선’을 이끌었던 게릭은 전설의 홈런왕 루스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화려한 기록의 보유자다. 역시 훗날 칼 립켄 주니어에 의해 깨졌지만 2130연속경기 출장 기록을 보유했고, 지금도 ‘루 게릭 병’으로 알려진 근육 무력증에 걸려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 그라운드의 신사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앞에 주자가 나가는 것은 바로 득점을 의미한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찬스에 강했다. 통산타점이 1995개로 이 부문 5위에 올라있다. 사실 이 기록이 더 대단한 것은 통산타점 10걸에 메이저리그 경력이 20년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는 루 게릭이 유일하다. 실제로 게릭은 17년을 뛰었고 신인 시절 2년과 병이 발발한 마지막 해인 3년 동안 뛴 경기수는 31경기에 그쳐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기간은 14년에 불과했으니 그의 클러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타점을 올리는 가장 손쉬운(?) 수단인 홈런 수치가 과거에 비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경기당 타점을 올리기 어려운 이유로는 과거에 비해 늘어난 파워 히터들 때문이다. 심지어 1번 타자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대야구에서 중심타자 앞에 주자를 모아서 홈으로 불러들이는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혹자는 과거 타율도 높았던 타자에 비해 최근의 타자들은 아무래도 돈이 되는 홈런에 치중하다 보니 삼진도 만만치 않게 많이 당하며 기회를 잃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영원히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도 있지만 경기수를 넘어서는 타점은 왠지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과연 어느 선수가 승패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타점 부문에 도전할지 올해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송재우 |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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