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페어플레이실종된야구스타의거짓말

입력 2009-05-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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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대체로 정직한 편이다. 미국의 퍼블릭 골프장은 대개 지역 거주자와 비거주에자게 차등요금을 적용한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LA의 윌슨과 하딩 골프장도 차등요금이다. 이곳에 가면 스타터의 직원이 꼭 물어본다. “거주자냐, 아니냐?”라고. 그러나 신분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거주자다”라고 답하면 그걸로 끝이다. 상대방의 말을 거짓 없이 정직으로 믿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정치인에게 거짓말은 ‘정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복귀가 불가능하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거짓말로 시작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권좌에서 물러났음은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부류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인이다. 페어플레이를 기본정신으로 삼는 미국 스포츠인들의 거짓말은 짜증이 날 지경이다. 특히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들이 그렇다. 최근 LA 다저스의 슬러거 매니 라미레스가 메이저리그의 약물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50경기출장정지를 당했다. 오프시즌 다저스와 계약 줄다리기로 팀 합류가 늦었던 라미레스는 지난 3월 ESPN과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2개월 정도 지나서 약물복용이 탄로 났다. 본인은 건강상의 문제로 의사가 권유한 약을 복용한 게 메이저리그 약물정책에 위반됐다고 변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의사는 누구이며, 어떤 약물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ESPN의 보도로 라미레스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HCG는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피하는 대체약물로 효과는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짓말을 한 스타는 라미레스뿐 아니라 이름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더구나 방송 인터뷰 때 “나는 약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깨끗한 척하다가 탐사보도에 의해 밝혀지면 감정을 잡고 사과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올릭픽 스타 매리언 존스, NFL 쿼터백 마이클 빅 등이 이에 속한다. 법정 위증으로 철창 신세를 진 존스는 발코 약물스캔들이 터졌을 때 “나는 약물을 한 적이 없다. 하늘이 주신 능력과 노력으로 금메달을 땄다”고 주장했다. 그런 뒤 눈물을 흘리며 “약물을 해서 죄송하다”며 용서를 빌었다. 오는7월까지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 빅은 미국에서 불법인 투견혐의가 발각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처음에 동물보호협회 등이 플래카드를 들고 비난했을 때만 해도 빅은 “절대로 투견을 한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수사가 압박해오자 투견을 인정하고 형을 감형 받았다. 현재 NFL 복귀가 막혀있는 빅은 부분파산선고를 한 상태로 금전적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봤다. 빅은 2005년 10년 1억3000만달러에 연봉계약을 했던 특급 쿼터백이었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슈퍼스타가 약물복용이 발각되더라도 팬들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이 탄로 나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프로세계에서 스포츠 정신을 기대한다는 것조차 우습게 된 요즘이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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