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마해영파문을보며

입력 2009-05-25 16:20:5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해영 [스포츠동아 DB]

8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메이저리그는 ‘스테로이드 시대(Steroids Era)’다. 메이저리그의 어두운 시기다.

2007년 12월 발표된 메이저리그 금지약물조사위원회 조지 미첼 위원장의 이른바 ‘미첼 보고서’에 47명의 선수가 실명으로 거론돼 충격을 던졌다. 이후 잠시 정화되는 듯했으나 최근 매니 라미레스(LA 다저스)의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여전히 교묘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이 있음이 드러났다.

MLB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리그의 철저한 조사에 금지약물 복용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클리어 베이스볼’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스테로이드 시대는 진행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약물복용설을 주장한 기자는 1988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토마스 보스웰이다. 이어 1995년 LA 타임스 야구전문기자 봅 나이팅게일(현 USA투데이) 기자가 다시 선수들의 약물복용설을 파헤쳤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구단도 메이저리그도 기자들의 일과성 기사로 덮어 버렸다.

1998년 스티브 윌스타인 프리랜서 기자는 AP에 마크 맥과이어의 한시즌 최다홈런(당시 70개)은 약물 ‘안드로’를 복용하고 작성한 기록이라며 특종보도를 했다. 이 기사는 선수들이 공공연하게 복용했던 약물이 사실상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 때도 심각성은 없었다. ‘빅맥’ 맥과이어는 메이저리그가 규정한 금지약물이 아니라면서 마치 영양 보충제처럼 가볍게 넘겨 버렸다. 초창기 스테로이드 시대의 한 단면이다.

언론이 본연의 임무이면서도 선수들의 금지약물복용을 파헤치기는 매우 어렵다.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정보원이 필요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전담 탐사팀이 있어야 가능하다. 스포츠전문방송 ESPN은 지난 2004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로 배리 본즈의 약물복용을 집중취재해 ‘그림자 게임’을 저술한 파이나루 와다 기자를 2007년 스카우트해 또 한명의 기자와 함께 약물전담 탐사팀을 구성했다. 매니 라미레스가 메이저리그로부터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5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나오자 ESPN 팀은 그가 복용한 약물이 여성배란촉진제 HCG라고 곧바로 보도했을 정도다.

최근 전 프로야구 선수 마해영 엑스포츠 해설위원이 ‘야구본색’이라는 책에서 국내선수들의 약물복용을 주장했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야구계에서 오래 취재한 기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홈런의 추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실명이 거론되지 않아 기자들이 정보수집차원에서 접한 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주장은 라커룸을 같이 쓴 전 선수의 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큰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 언론사의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는 약물 취재가 사실상 어렵다. 더구나 스포츠 시장이 미국처럼 크지 않기 때문에 약물파동을 일으킬 만한 규모도 안된다. 메이저리그는 연봉 100만달러 선수가 단숨에 1000만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물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마해영 해설위원에게 아쉬운 점은 약물설 파장이 커지자 한발 물러나면서 엉뚱하게 확인이 어려운 외국인선수에게 화살을 돌린 점이다.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그러려면 애초에 약물복용은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다. 실명도 거론하지 못하면서 공연히 풍파만 일으킨 꼴이 됐다.

LA | 문상열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