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위원의 현역 시절 모습. 스포츠동아 DB
프로야구 스타 출신인 마해영 Xports(엑스포츠) 해설위원이 최근 출간한 ‘야구본색(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이라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그동안 프로야구 선수 중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선수들이 상당수 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마해영은 자신의 야구관과 야구인들에 대한 소회, 에피소드 등을 엮어 총 200페이지 분량의 ‘야구본색’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그 중 ‘스테로이드의 진실’ 편에서 “현역 시절 나는 복용이 엄격히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 외국인선수들이 훨씬 복용 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한국 선수들도 다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상대팀과 진짜 사인교환을 하는가’ 편에서는 “실제로 있고, 일부는 사실이다”고 말하면서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나, 오늘 못 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줘’ 하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마해영은 여기서 “물론 승패에 관련이 될 만한 상황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절대 승패가 확정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도 금지약물을 복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현역으로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었던 선수 출신이 은퇴 1년 만에 책으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출신인 호세 칸세코가 2005년 ‘약물에 취해(Juiced)’라는 자서전을 통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실태를 고발하면서 미국 의회에서 직접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마해영은 책에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고,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들의 심리와 그에 대한 폐해를 적시하고, 효과에 대한 의문과 비윤리적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선에서 얘기를 마무리했지만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두산 구단은 당초 19일 롯데전을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마해영의 출판 기념 사인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파문이 일자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는 그렇다”면서도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기회에 선수들의 도핑 테스트를 더 강화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 김성근 감독은 “내가 책에 추천사 써줬는데. 마(馬) 칸세코인가?”라며 이런 내용이 포함된 줄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과거를 파헤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래가 중요하니 KBO가 도핑 테스트 횟수도 연 3-4회로 늘리고, 외국인선수를 포함해 전원 다 검사하는 쪽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 역시 “마해영이 정말?”이라며 놀라면서 “책 진위 여부를 떠나 용병은 물론 국내 선수들도 다 도핑검사를 해야한다. 몇 년 전 누구, 누구가 약 먹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다. 마해영이 이왕 공개하려면 실명으로 해야 오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