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완.스포츠동아DB
왼발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은 SK 포수 박경완이었다. 박경완은 지난달 말 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해 올 시즌을 접고 재활중이다.
“10-11월이나 돼야 제대로 걸을 수 있다”던 그는 김 감독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듯했다. “감독님, 아무래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문에 다친 것 같아요.” WBC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이 당황하자 박경완은 “보세요. WBC 멤버들이 너무 많이 다쳤잖아요”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김 감독이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한국 애들만 다치잖아. 이치로(시애틀)가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1위하는 거 못 봤어?” 할 말을 잃은 박경완은 “그래도 19년 만에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라고 대답할 수밖에.
박경완은 김 감독에게 진심어린 안부 인사를 전한 뒤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숱 없는 머리카락을 의식한 마지막 농담 한 마디로 기어이 김 감독을 웃게 했다. “이 참에 머리카락이나 심을까 봐요.”
문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