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그라운드엿보기]포항의‘스피드축구’믿습니다

입력 2009-07-30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포항 스틸러스. 스포츠동아DB

최근 포항 스틸러스가 ‘스틸러스 웨이’라는 특별 캠페인을 펼쳐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축구계에서는 심판, 지도자, 선수 등 각각의 위치에서 공익 캠페인이 벌어진 적이 있지만,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포항 캠페인의 경우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 등 삼위일체로 선언문에 사인했고, 결연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실행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선언문에는 ‘첫째- 플레잉 타임(playing time)을 5분 이상 늘려 더 많이 뛰고, 둘째- 깨끗한 경기매너를 꼭 지키고, 셋째- 심판 판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넷째- 포항 스틸러스 선수로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스로인, 프리킥 등을 신속하게 진행해 실제 경기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백태클, 팔꿈치 가격과 같은 고의적인 반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판판정에 순종, 플레이에 전념하고,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세부 다짐도 곁들였다.

그 동안 K리그가 팬들의 흥미를 반감시킨 이유 중 하나가 플레잉 타임이 유럽의 빅 리그와 비교해 짧은 데 있었다. 예를 들어, 2008년 K리그 플레잉 타임은 57분 32초, EPL은 64분으로 7분의 차이다. EPL의 경기 진행이 그 만큼 빨랐다. 경기당 반칙 숫자도 K리그가 36개, EPL은 26개로 평균 10개나 많았다. 반칙이나 쓸데없이 소비되는 시간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반칙(파울)이 얼마나 경기의 질을 떨어트리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빠른 경기진행은 경기의 질을 높이고, 팬들의 흥미를 더해주고, 결국 관중이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구조를 이해하는 구단과 선수의 의식 전환이다. 최근 포항의 경기 내용은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홈 관중수가 배로 늘어났다. 이런 고무적인 현상은 바로 구단과 선수의 의식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포항 선수로서 자부심을 갖겠다는 것은 프로선수로서의 긍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위상의 전환은 프로선수의 자부심, 투철한 정신, 올바른 행동, 자기표현, 인간관계, 사생활 등 선수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선수들은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모든 성과에서 평가를 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팬들은 다가온다. 그런 측면에서 프로선수로서의 자부심 고취는 중요한 항목으로 받아들여진다.

포항은 국내 최초로 전용구장건립(1990), 독립법인화(1995) 그리고 클럽하우스 설립(2000) 등 다른 구단에 언제나 한발 앞서왔다. 이는 팬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추구해온 것이다.

K리그의 선두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이번에 표방한 ‘스틸러스 웨이’를 통해 K리그 경기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명문구단이라고 할 만하다. 포항구단의 지속적인 노력과 도전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김 종 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인간의 내면은 무한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성공의 열쇠란 내면의 잠재력을 빠르게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현재의 결과 보다는 구체적인 축구발전의 잠재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