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천적’성남-포항“과거는과거일뿐이고”

입력 2009-07-16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밟을라’ 성남 김진용(왼쪽)이 15일 열린 FA컵 8강전 포항과의 경기에서 상대 김지혁 골키퍼를 앞에 두고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성남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과거는 과거일 뿐, 새 역사를 써야죠.”

FA컵에 관한 한 포항과 성남의 악연을 빼놓을 수 있을까. 지난해 FA컵 8강에서 맞붙은 두 팀은 스프링클러 때문에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 스틸야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성남이 전반을 1-0으로 이긴 가운데 하프타임 때 성남 진영에 갑자기 스프링클러가 작동됐다. 성남에서는 포항의 의도적인 방해 작전이라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후반 들어선 짜증이 날 정도로 늘어진 경기를 했다. FA컵 최대의 해프닝으로 꼽힌 장면이다.

이런 탓인 지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양 팀 감독들의 생각은 달랐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망각이 오히려 약이 된다는 의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운을 뗀 성남 신태용 감독은 선수 시절 포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언제나 자신만만했다고 자랑했다.

지도자로서도 올 해 포항과의 첫 만남에서 승리한 것은 유난히 강조했다. 99년 FA컵 우승 당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며 우쭐해하기도 했다. 기분 좋은 기억을 내뱉기에 바빴다. 신 감독은 “징크스를 만들면 안 된다. 징크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며 자신했다. 특히 포항의 사이드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승부차기는 안 됩니다. 90분 안에 끝내야죠.”

정규리그 4연승을 포함해 AFC 챔스리그 16강, FA컵 16강, 컵 대회 8강 1차전을 합쳐 내리 7연승을 기록 중인 포항 파리아스 감독도 2006년 9월 23일 이후 성남에 7승1무1패의 확실한 우위의 전적은 그냥 전적일 뿐이라고 했다. 올 초 K리그에서 포항이 성남에 패한 것과 관련해 파리아스는 “첫 골을 먼저 넣고도 지키지 못했고, 추가골도 넣지 못했다. 경기력이 안 좋았다”고 평가한 뒤 “그 때는 그 때이고, 오늘은 새로운 경기이다. 다른 역사를 써야한다”며 다가올 경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신 감독과는 달리 파리아스는 “승부차기까지 준비했다. 90분 안에 승부를 내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 승부차기도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는 양 팀 감독들의 표정은 찌푸린 날씨와는 달리 무척 밝았다.

성남|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