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황당해프닝]홈도안밟고축하세리머니‘홈런취소’

입력 2009-08-0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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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타구. 타석에 있던 선수는 1루를 밟으면서 양 손을 번쩍 치켜든다. 승부처에서 나온 결승 혹은 역전 홈런이라도 된다면 동작은 더 커지게 마련. 가벼운 발걸음으로 2루와 3루를 거쳐 홈까지 달린다.

하지만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하이파이브 세례를 받는 순간, 심판은 홈런이 아닌 3루타로 판정을 정정한다. 선수가 너무 흥분해 홈플레이트를 밟는 걸 잊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홈런 세리머니가 만든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1999년 4월21일, 한화 송지만이 그랬다. 대전 쌍방울전에서 6회 우월 2점포를 쏘아올린 그는 그라운드를 돌아 자랑스럽게 덕아웃으로 향했다. 하지만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송지만의 발끝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김 감독의 어필을 받은 나광남 주심은 사상 처음으로 ‘누의 공과’에 의한 홈런 취소 판정을 내렸다.

LG 용병 알칸트라도 2003년 8월7일 문학 SK전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 7회에 좌월 2점홈런을 터뜨리고 특유의 세리머니에 집중하다 역시 홈플레이트를 그냥 지나쳤다. 또다시 3루타.

물론 적절한 세리머니는 ‘약’이 된다. 승부처에서 선수들이 취하는 역동적인 동작은 경기를 한층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해 KIA에 몸담았던 용병 리마는 갖가지 기발한 행동과 세리머니로 선수들과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세리머니만 메이저리그급’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롯데 홍성흔이 최고의 세리머니를 구사하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오버맨’이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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