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된사나이송진우“이젠나이도찼고…야구인생후회없다”

입력 2009-08-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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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결정한 한화 송진우(43)는 16일 대전구장에 나와 김인식 감독 및 동료선수들과 인사를 했다. “보름 전쯤에 구단과 상의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힌 그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러면서 “입단 후 처음 팀이 꼴찌인 상황에서 유니폼을 벗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어떻게 은퇴를 결심했나?

“보름 전에 구단과 상의해 결정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했으니 할 만큼 했다. 더 한다고 해봐야 의미도 없고, 나이도 찼고, 무릎도 시리고(웃음). 나도 이렇게 선수생활을 오래할 줄 몰랐다. 내 자랑이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열정이 있었으니까.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처럼 천천히, 오래 야구한 것에 만족한다.”

-은퇴한다고 하니 가족들은 뭐라고 말하던가?

“아내는 내 의사를 존중했다. 애들은 그냥 아빠가 야구 그만두는구나 생각할 뿐이다. 4월초에 2군에 내려가 100일 넘게 있었으니까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아들은 아빠가 대단한 선수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제 대충은 아는 것 같다. 아들 둘 다 야구를 하는데 큰 아들은 천안북일고 1학년이고, 둘째는 충남중 1학년이다. 큰 아들은 야수고, 둘째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둘째가 더 야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애들이 ‘아빠 200승 기록은 내가 깨겠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소리 안한다.(웃음)”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항상 그런 생각으로 야구를 했다. 나이가 있으니까. 그런데 팀 성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이렇게 물러나게 돼 아쉽다. 좋을 때 은퇴했으면 모양새도 좋았을 텐데. 89년 프로 입단 후 팀이 꼴찌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마지막 해에 꼴찌를 해 아쉽다.”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은?

“기억도 많고, 추억도 많고. 아무래도 99년 첫 우승을 할 때 가장 감격적이었다. 200승, 3000이닝, 89년 개막전 완봉승도 있고, 91년 한국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으로 가다 패전투수가 된 것도 기억나고…. 개인적으로는 3000이닝이 가장 소중한 기록이다. 요즘 한 시즌에 150이닝을 던지면 좋은 투수인데 20년이 걸리는 기록 아니냐.”

-선수협 결성도 기억나지 않나.

“물론이다. 고생도 많이 했다. 내년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도 올라간다고 하던데(2000만원에서 2400만원), 위에 있는 선수가 적게 받더라도 밑에 있는 선수들은 자꾸 좋아져야한다.”

-향후 스케줄은?

“은퇴 경기에서 완봉하는 거 아냐?(웃음) 구체적으로는 구단과 상의를 해야겠지만 일단 연수를 가기로 했다. 미국은 멀고 마이너리그는 이동거리도 많아 문화가 비슷한 일본 쪽을 생각하고 있다. 당분간은 인사도 다니고 학원 다니면서 일본어 공부를 하겠다. ”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지니까 그렇겠지만 팬들이 있으니까 끝까지 기죽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야구 1, 2년 할 것도 아니고. 올해를 계기로 다음에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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