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네슈,축구보지말고야구봐라?

입력 2009-08-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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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네슈. [상암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FC서울 세뇰 귀네슈(사진) 감독이 한국프로축구(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축구 자체를 얕보는 발언으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귀네슈는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피스컵코리아 4강 2차전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심판 3명만 있으면 K리그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오늘 같은 심판들이면 한국축구는 볼 필요가 없고, 야구만 봐야 할 것이다”고 말하는 등 K리그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축구인은 물론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진상 조사와 함께 귀네슈의 상벌위원회 회부를 검토하고 있다.

○심판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진 귀네슈

귀네슈가 심판 판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올 시즌 들어 유독 심판 판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7월 4일 부산과의 정규리그 경기를 마친 후 귀네슈는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당시 황선홍 감독 등 부산 구단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자 며칠 뒤 사과하며 앞으로 인터뷰에서 심판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뒤 인터뷰에 이영진 코치까지 대동하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7월 22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또 다시 심판 문제를 거론해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그리고 약 한달 뒤 컵 대회 4강 2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불만 표시가 아니라, K리그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 구단도 귀네슈 발언에 대한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서울 구단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가 싫으면 야구단으로 가야지….

“그 사람(귀네슈), 왜 그런 소리를 했죠?” 축구인 다수가 귀네슈를 성토했다. 지도자, 선수, 에이전트, 구단 프런트 등 어느 누구도 귀네슈를 옹호하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지긋지긋한 서울 징크스에 시달렸던 포항 파리아스 감독도 “1차전(1-2 패) 때 억울한 부분이 있었지만 우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경기 내용을 먼저 보고 판단해야한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A구단 감독은 “나도 (심판)판정이 불만스러울 때가 많지만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굳이 야구까지 들먹이며 축구 전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B선수도 “(귀네슈) 감독님이 떠날 때가 되니 한국축구까지 싫어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C구단 관계자 역시 “외국인 사령탑이 괜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가 이번 일로 한꺼번에 훼손될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팬들도 각종 포털사이트 축구 관련 게시판을 통해 글을 남기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ID ‘juven…’은 “귀네슈 감독은 지기만 하면 심판타령”이라고 혹평했고, ‘shsjd…’는 “그렇게 축구가 싫다면 야구단 LG로 가라”고 비꼬았다.

○징계 수위는 어느 정도

프로연맹이 귀네슈의 징계를 결정할 경우 5-10경기까지 출전 정지가 가능하다. 또한 출전하지 못하는 경기마다 벌금을 100만원씩 내야 한다. K리그 명예 실추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 중 가장 중징계는 2006년 서울 사령탑이었던 이장수 감독으로,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당시는 출전 정지에 대한 상벌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 연맹은 이 감독 사건 이후로 상벌규정을 강화해 출전 정지 부분을 추가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상벌위원들은 귀네슈 감독의 발언 중 어떤 부분이 규정에 어긋났는지를 판단해 징계를 내릴지 결정한다. 연맹은 이미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놓았고, 상벌위 회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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