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 관중의 압력, 오심을 부추긴다?

입력 2009-09-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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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판정논란 왜?
심판 판정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뜨겁다. 지난 달 아스널과 셀틱의 2009-2010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아스널의 에두아르도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장면이 할리우드 액션으로 밝혀지면서 오심 논쟁이 일어난 바 있다.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승부와 직결되는 그들의 판정에는 언제나 컴퓨터 같은 정확성이 요구되게 마련이다.


○심판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5000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심판은 홈 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이 나왔다. 몇몇 심판들은 홈 관중의 야유나 환호에 동요돼 정확한 판단을내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 다. 수석 연구원 라이언 보이코는 1만 명의 홈 관중이 더 경기장을 찾을수록 홈 팀에 0.1골을 더 넣을 수 있는 어드밴티지가 작용한다는 공식까지 내놨다. 이들은 자체 통계자료로 원정 팀의 평균 득점은 홈 팀보다 낮고, 페널티킥 판정이 홈 팀에 훨씬 더 많이 주어졌다는 근거를 들었다.

비슷한 연구결과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나왔다. 작년, 토마스 도흐맨은 3500여개의 분데리스리가 게임을 분석하고 주변 환경이 심판의 판정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냈다. 그는 관중의 압력이 클수록, 관중과 심판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판은 홈 팀의 득점 및 페널티킥 판정에 보다 관대한 경향이 있으며, 평소보다 더욱 긴 추가시간을 주는 등 홈 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맨유와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서도 심판이 홈 팀 맨유에 더 관대한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인저리 타임 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아스널의 골이 인정되지 않아 화가 난 웽거 감독이 빈 물통을 발로 차자, 심판은 그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경기 후 ‘이 판정이 과연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고, 결국 리그감독협회장인 리차드 베반과 심판협회장인 케이스 해킷은 협의를 거쳐 해킷이 웽거 감독에게 공식 사과했다. 베반은 “웽거의 행동과 주심의 판정은 경기의 맥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었으며, 이후 웽거 감독이 어디에 앉아야 하는 지에 대한 넌센스도 발생했다”며 “내가 해킷과 얘기했을 때 해킷 역시 그 판정은 오류였고, 웽거 감독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사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리 프로버트(당시 주심에게 웽거 감독의 퇴장을 권고한 대기심)는 그 날 상황을 다루는 데 완전히 실패했으며, 중요한 경기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는 등 불필요한 행동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오심 비판으로 은퇴까지

롭 스타일스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빚는 심판 중 한 명이다. 특히, 2007-2008시즌 첼시와 리버풀 전은 그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는 첼시에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을 내렸고, 에시앙에게 옐로카드를 두 번 꺼내 들었지만 정작 레드카드를 꺼내지 않아 경기장에서 퇴장시키지 못한 실수까지 범했다. 경기 후, 페널티킥 판정은 오심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두 번째 옐로카드는 원래 존 테리에게 향했던 것이었는데 착오가 있어 에시앙을향했다는 해명이 있었음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리버풀 베니테즈 감독은 “나는 심판들을 존중하고 싶다. 하지만 때론 그들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했고, 제라드 역시 “심판들이 경기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심판 출신 그라함 폴은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심판들은 엄청난 압력 속에 경기를 운영한다.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면 이성적인 생각과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지기도 한다”며 스타일스를 두둔하기도했지만, 이 경기로 인해 스타일스는 다음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뿐 아니라 2008-2009시즌 맨유-볼턴전에서 맨유에 선언한 페널티킥도 오심으로 밝혀지는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는 늘 비판의 대상이었다.

오심 논쟁에 대해 하버드대 연구원 라이언 보이코는 “이상적이고 공평한 경기운영을 위해 모든 심판은 외부의 압력, 특히 관중들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받아야 한다. 리그 역시 심판의 치우친 판단을 지양하기위해 사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심판의 판정. 최근 3명의 심판으로 운영되는 경기를 5명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그들의 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정확한 판정은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전 세계 축구의 과제가 아닐까.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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