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WK리그 결산] 뷰티풀 풋볼, 월요일을 찜했다

입력 2009-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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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여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9 여자프로축구 수원시 시설관리공단과의 경기에서 대교 캥거루스 김유미(오른쪽)가 헤딩슛을 하고 있다. 여주|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2일 여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9 여자프로축구 수원시 시설관리공단과의 경기에서 대교 캥거루스 김유미(오른쪽)가 헤딩슛을 하고 있다. 여주|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올 시즌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디딘 여자축구 WK리그.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란 옛말처럼 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뷰티풀 풋볼(Beautiful Football)’이란 그들의 캐치 프레이즈처럼 충분히 아름다웠고, 또 훌륭했다.

승자들의 환희와 패자의 눈물이 공존했던 초록 필드. 4월20일 개막돼 11월 2일 정규리그의 막을 내릴 때까지 한국여자축구연맹, 각 구단들, 팬들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했다. 국내 축구계도 출범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한편, 대교 눈높이 2009 WK리그는 9일(고양)과 16일(경주)에서 열릴 리그 1위 대교와 2위 현대제철 간의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월요일=여자축구’ 인식이 가장 큰 수확

척박한 스포츠의 대명사였던 여자축구.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국내 학원 등록 팀은 66개 밖에 되지 않는다. 총 등록 선수도 1300여 명. 그 중 대학 6개 팀과 실업 6개 팀이 여자축구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유니버시아드 은메달 낭보 등 여자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매주 월요일 열리는 WK리그가 출범하며 많은 게 바뀌었다. 정기적인 경기 일정으로 신문, 방송을 통한 늘어난 언론 노출도 큰 몫을 했다.

무엇보다 여자축구 관계자들은 ‘학부모의 인식전환’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는다. 아무리 기량이 있어도 보장되지 않는 장래 문제로 그간 여자 어린이에게 축구를 시키는 데 주저했던 게 사실. 그러나 ‘여자가 축구를 해도 먹고 산다’는 확신이 생기며 요즘 여자 학원 팀들에는 참여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했다. 또 부천, 고양시가 실업팀 창단을 준비 중이다. 인프라 자체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구단과 선수들도 마찬가지. 작년만 해도 실업 대회는 고작 춘계, 추계 등 3개 대회에 불과했다. 고작 7∼10일간 열리는 3차례 대회만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어온 실업 선수들은 매주 한 번씩 경기를 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설사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더라도 상대와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 됐다. 연맹 관계자는 “요 근래 대표팀 발전의 8할이 WK리그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여자축구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 연고지 확보는 과제

발전한 만큼 숙제도 남겼다. 특히, 6개 팀이 3개 도시(군산, 수원, 여주)를 순환하며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시스템이 아쉬웠다. 각 팀들은 경남, 부산, 충남 등 나름 연고지가 있으나 전국 대회용일 뿐 리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연유 때문에 팬 클럽(서포터스) 및 지역 후원자가 나오기 어려웠다.

다행히 재정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다. 대교, 현대제철 등은 한해 선수단을 꾸리는 데 약 20억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대교의 경우, 선수 연봉만으로 최소 10억원 이상을 쓴다. 이는 남자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와 견줘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용병 수급, 일부 선수들의 해외 진출 등 몇몇 부분에서는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교 관계자는 “구단 고위층도 선수들이 물질적으로 안정돼야 최상의 경기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꾸준한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역 연고 개념을 심는 것은 필수적이다. 연맹 관계자는 “내년 시즌 참가를 목표로 팀 창단을 희망하는 지역이 꾸준히 나오기 때문에 조속한 시일 내로 순환제가 아닌 확실한 연고지를 키워야 한다. 여자 축구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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